“기적적으로 여기까지” 17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개막

입력 2018-06-28 18:12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여기까지 온 건 기적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많은 위기도 있었고 때로는 변화가 필요하기도 했는데,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 훌륭한 축제를 다 같이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제17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집행위원장을 맡은 최동훈 감독은 28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본사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4년 데뷔했을 때 선배 감독들이 ‘너 미쟝센영화제 심사위원 할래’ 제안해주셨을 때 진짜 영화감독이 된 것 같아 너무 기뻤다”고 회상했다.

작품을 출품한 예비 감독들을 향한 덕담을 건넸다. 최동훈 감독은 “누군가는 상을 받고 못 받을 수 있지만 여러분의 긴 영화 인생에서 이것이 재미있는 경험이 되길 바란다”며 “올해 영화제 티셔츠에 고(故) 김기영 감독 그림이 새겨져 있다. 김 감독님의 말씀처럼 ‘영화는 다 나만의 길이 있다’고 믿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17회째를 맞은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전도유망한 신인 감독과 배우들의 등장을 예고했다. 역대 최다 출품작 1189편 가운데 57편이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비정성시’(사회적 관점을 다룬 영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멜로드라마) ‘희극지왕’(코미디) ‘절대악몽’(공포·판타지) ‘4만번의 구타’(액션·스릴러) 5개 장르로 나뉘어 상영된다.

최우수 작품상은 각 장르별 1편씩 총 5편에 돌아간다.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해 미쟝센이 돋보이는 영화의 미술·촬영 스태프에게 주어지는 미쟝센상, 관객이 직접 선택하는 ‘아이 러브 쇼츠(I love Shorts!)’ 관객상 등도 선정된다. 대상은 심사위원단이 만장일치로 여타 수상작을 넘어서는 상상력과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인정한 작품에 수여된다.

엄태화·허정 감독이 올해 부집행위원장에 위촉됐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에는 김주환 노덕 양익준 이경미 이언희 장훈 등 10명의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심사위원장은 ‘1987’의 장준환 감독이 맡았다.

장준환 감독은 “본선에 오른 작품들은 이미 큰 상을 받으신 거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심사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해 각 장르 심사위원장들이 자신의 취향을 강하게 주장하며 긴 회의를 통해 치열하게 논쟁한다”면서 “축제로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5명의 명예 심사위원도 합류했다. 배우 김의성은 ‘비정성시’, 천우희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하정우는 ‘희극지왕’, 배두나는 ‘절대악몽’, 류성희 미술감독은 ‘4만번의 구타’ 섹션 심사에 각각 참여하게 됐다.

김의성은 “미쟝센 단편영화제 명예 심사위원이 되면서 제 영화배우 인생에 정점을 찍게 된 것 같다”면서 “수상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열심히 싸울 테니 여러분께서 앞으로 큰 영화들을 만들 때 저를 기억해주시길 바란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천우희는 “이전에도 제의를 받은 적이 있는데 ‘내가 뭐라고 누굴 심사하나’ 싶어 거절을 한번 했었다. 지금도 부담스럽긴 하지만 영화제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용기를 내봤다. 선배님들과 영화 관계자분들과 열심히 심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너무나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하정우는 “9년 전 ‘4만번의 구타’ 섹션 심사를 맡았었는데 그동안 잘 피해 다니다 올해는 사석에서 최동훈 감독님의 눈을 피하지 못해 영광스러운 자리에 섰다”면서 “즐거운 영화제였다는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즐겁게 관람하겠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이경미 감독님과 문자메시지 상에서 ‘6월에 뭐해요?’ 하셔서 ‘노는데요?’ ‘영화 보면서 놀래요?’ ‘네.’ 이런 대화를 나눈 끝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 제가 공포영화 못 보는데 이 섹션에 배정됐다. 다들 상을 받아도 될 정도로 너무 훌륭하더라.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음에도 또 와서 보고 싶고, 매년 오고 싶다”고 했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저도 연출작을 포함해서 단편영화를 22편 정도 했었는데,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껏 나를 설레게 만드는 것 같다. 단편영화는 정말 구걸하는 일의 연속인데, 그 연습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 같다. 나를 한눈 팔지 못 하게 잡아주는 힘이기도 하다”고 얘기했다.

경쟁작 상영 이외에 초청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시그니처: 하나의 이야기, 다른 영화’에서는 ‘검은 사제들’과 ‘용순’으로 각각 장편 영화화된 ‘12번째 보조사제’와 ‘용순, 열여덟 번째 여름’이 상영된다. ‘미래에 관한 단상들’에서는 불확정적인 미래가 주는 잠재적 불안을 다룬 작품 4편을, ‘전년도 수상작’에서는 지난해 수상의 영광을 안은 9편을 선보인다.

공식 후원사인 아모레퍼시픽과 함께하는 ‘MSFF여성감독 특별전’도 진행된다. 김인선 감독의 ‘수요기도회’, 전고운 감독의 ‘배드신’ 등 역대 상영작 가운데 여성의 시선으로 여성의 삶을 바라본 6편이 소개된다. 영화제 기간 중 아모레퍼시픽 본사 2층 대강당에서 선착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오는 28일 개막하는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다음 달 4일까지 7일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