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오산의 한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과 원아 학대 의혹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뜨겁다. 현직 어린이집 보육교사라고 밝힌 시민은 청원 글을 통해 부실 급식 실태와 원장의 아동학대 내용을 고발했다. 그러자 같은 날 어린이집 원장이라고 밝힌 시민은 “부적격 교사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반박 청원을 올렸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어린이집 부실급간식 및 지속적인 아동학대에서 우리 아이들을 도와주세요. 아동학대와 부실급식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내부고발자에 보안과 비밀유지에 대한 개선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의 실태를 알려 내부고발자가 됐고 그로 인해 고소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자신을 오산의 한 어린이집 현직 보육교사라고 밝히며 “어린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돌봐야 하는 어린이집에서 참을 수 없는 악행들을 마주해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올린다”면서 “현재 근무하고 있는 어린이집에서는 영유아들을 상대로 지금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너무나도 부족한 급간식을 배식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사들은 원장님께 수차례 건의를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어린이 급식에 대한 국가지원비와, 학부모님들이 내시는 석간식비는 어디로 간 걸까요? 우리 아이들이 도대체 왜 이런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부실 급식 사례를 열거했다. 청원인은 2017년 11월9일 오전 간식으로 나온 고구마에 곰팡이로 의심되는 이물을 발견해 배식하지 않았는데 어린이집 측에서는 이를 고구마의 갈변현상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인 11월10일 고구마가 오후 간식으로 배식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청원인이 청원에 첨부한 블로그에는 해당 어린이집 급식을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와 있다.
청원인은 원장이 처음에는 부실급식에 대해 문제를 인정하고 학부모들에게 사과했다가 말을 바꿨다고 했다. 그는 “부실급식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지난 1일 학부모 간담회를 실시했고, 원장은 문제를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며 사죄했다. 그러나 2차 간담회에서 원장은 부실 급간식을 부정하고 나를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로 고소를 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또 해당 어린이집 원감이 원아들을 지속해서 학대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 한 해 동안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유아들을 학대하거나 언어 폭행 등을 서슴지 않았다. 교사들은 원감에게 찍히게 되면 근무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폭행 사실에 대해 쉽게 발설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육교사의 청원이 빠르게 확산되자 같은 날 해당 어린이집의 원장이라고 밝힌 사람이 반박 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은 “문제를 제기한 교사는 허위 사진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유포하여 어린이집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피고소인 자격으로 화성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면서 “그 글은 사실이 아니다. 앞으로 형사 및 재판에서 정확한 사실이 가려질 예정이다. 일방적인 거짓 주장을 믿지 말아 달라. 저는 교사 및 원장으로 30년을 근무하며 지금까지 양심적으로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28일 오후 현재 보육교사의 청원에는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참했고, 원장의 청원에는 200여명의 동참했다.
한편, 오산시 가족보육과에 따르면 문제가 된 어린이집에 대해 시정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찰도 원생 학대와 관련해 조사에 나선 것을 알려졌다.
정지용 기자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