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 냉동고에 음식·약품 함께 보관…주사 준비대에 화분이?

입력 2018-06-28 12:00 수정 2018-06-28 12:00

대부분의 병원, 요양병원은 감염관리실과 담당 인력, 감염관리위원회 등 의료 관련 감염 관리 체계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요양병원의 약 절반은 슈퍼 박테리아 등 다제내성균(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 감염 환자를 격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종합병원과 병원 10곳 가운데 6~7곳은 수액과 주사제를 섞는 업무를 무균 조제실이 아닌, 병동의 준비 공간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442곳을 대상으로 지난 2월 22~3월 30일 의료 관련 감염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상급종합병원 42곳, 종합병원 260곳, 중환자실 수술실 응급실 가운데 2개 이상 갖춘 병원 167곳, 요양병원 973개가 참여했다. 무작위로 선정된 24곳에선 현장 조사도 이뤄졌다.

그 결과, 병원의 61.7%는 감염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원내 감염관리 계획을 갖추고 있는 병원은 33.5%에 불과했다. 병원과 요양병원은 평균 1명이 안되는 감염관리 인력(의사, 간호사)을 보유하고 있었다. 감염관리실 운영은 병원 22.1%, 요양병원 6.3%에 그쳤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의 원내 감염관리 교육은 대부분 집체 교육 위주였으며 실습 교육은 8~25% 수준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병원과 요양병원의 13~23%는 원내 감염 유행 발생에 별도 대응을 하지 못하고 60~70%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병원의 57.7%, 요양병원의 53.2%는 다제내성균 감염 환자를 격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병원과 요양병원은 질병관리본부의 의료관련 감염 감시 체계(KONIS)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다. 의료기구 멸균 후 멸균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시행하지 않는 병원이 35% 이상 됐다.
종합병원의 57%, 병원의 25%만이 중환자실 입실 전 다제내성균 감염 여부에 대한 선별 검사를 시행하고 있었다. 의료인이 수술 전 손 위생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여부를 모니터링 하지 않는 종합병원과 병원도 20% 이상 됐다. 수액과 주사제의 혼합 업무는 64~70%의 종합병원과 병원에서 무균 조제실이 아닌 병동의 준비 공간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현장 조사결과, 부적절한 감염관리 사례도 다수 관찰됐다. 멸균이 끝난 물품을 오염 가능성이 있는 구역에 보관하거나 소독 대상 의료기기를 물과 비누로 세척해 다시 사용하는 곳도 있었다. 외과적 손씻기 시설이 수술방 내부에 위치하거나 수술실의 오염 청결구역, 제한 구역 구분이 부재했다. 또 주사 준비를 위한 독립공간이 없었고 주사 준비대에 화분이 다수 비치돼 있는 곳도 있었다. 병동 냉동고에 음식물과 약품 등이 함께 보관돼 있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2018~2022년)을 발표했다.
앞으로 모든 의료기관에 감염관리 담당 인력을 지정하고 감염 관리를 의무화한다. 치과, 한방병원을 포함한 모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물론 그간 제외돼 있었던 요양병원과 의원급까지로 확대된다.
또 의료기관 내 감염 위험이 높은 영역별(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인공신장실 등) 감염관리 준수사항 등에 대한 지침을 개발해 보급한다.

아울러 질병관리본부가 운영 중인 전국의료관련감염 감시체계(KONIS) 참여 의료기관을 230개에서 350개로 늘린다. 기존 급성기 병원에서 중소 요양병원과 의원까지 포함한다.
또 감시 대상 영역도 중환자실 수술실에서 소아신생아 중환자실 등이 추가된다. 감시 지표는 혈류 요로감염 폐렴 수술감염에서 손 위생, 예방 술기 등이 추가된다.

복지부는 “의료기관에서 사망이나 집단감염 등 중대한 의료 감염 발생시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중대한 과실 등 감염관리 준수 사항 위반으로 감염이 발생해 환자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경우 현재 시정 명령에 불과한 처분을 업무정지까지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혈류 감염률과 요로 감염률, 다제내성균감염(CRE) 발생률, 수술부위 감염률을 2022년까지 각각 20%씩 감소시키기로 목표를 세웠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