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데헤아’ 조현우(27·대구)는 이제 동아시아의 좁은 무대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수문장이 됐다.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에서 독일·멕시코·스웨덴을 상대로 슈퍼세이브 쇼를 펼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조현우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골키퍼로 선발 출전, 슛 26개를 퍼부은 독일의 파상공세를 차단해 2대 0 완승을 이끌었다. 골문으로 정확하게 날아든 독일의 유효 슛은 6개였다. 조현우는 몸을 던지는 투혼의 수비로 독일의 유효 슛을 모두 막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조현우를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로 선정했다. 이 경기의 최우수선수를 의미한다. 월드컵의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이변의 주인공으로 FIFA의 공인을 받은 셈이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3분 미드필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선제 결승골, 후반 추가시간 6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추가골로 독일을 이겼다.
독일 골키퍼는 슈퍼스타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독일의 우승을 이끈 주역 중 하나였지만, 이날 한국 앞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조별리그 탈락을 직감하고 한국 진영으로 깊숙이 들어와 공격에 가담하기도 했다. 손흥민의 추가골은 노이어가 한국 중원에서 미드필더 주세종(아산)에게 공을 빼앗겨 가능했다. 노이어는 조현우와 수문장 대결에서 완패했다.
외신과 세계 축구계는 조현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조현우에게 양국 선수들 중 최고 평점인 8.85점을 부여했다. 노이어는 2.59점을 받았다. 영국 축구정보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조현우에게 8.59점으로 최고점을 매겼다.
조현우는 K리거다. 청소년 대표팀을 거쳐 2013년 대구FC에 입단해 프로로 입문했다. 2016년까지 2년 연속으로 K리그 챌린지에서, 지난해에는 K리그 클래식에서 베스트 일레븐 골키퍼로 선정됐다.
K리그 팬들은 뜬공에 강하고 감각적으로 몸을 날리는 조현우를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키퍼 다비드 데헤아(스페인)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팔공산 데헤아’다. 팔공산은 소속팀의 연고지인 대구에 있다.
조현우는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활약하고 3실점을 기록했다. 그 중 2실점은 페널티킥으로 허용했다. 멕시코와 2차전에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게 내준 하나의 필드골은 수비진의 붕괴에서 비롯됐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러시아월드컵을 계기로 조현우의 빅리그 진출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 세 골을 허용해 패인 중 하나로 지목된 잉글랜드 리버풀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독일)의 대체자로 조현우를 추천하는 의견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해외 축구계 인사와 팬들도 조현우를 주목하고 있다. 여자축구 세계 최강 미국의 전설적 골키퍼였던 호프 솔로는 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이 끝나고 SNS에 조현우의 선방 사진을 올리며 “한국과 조현우의 놀라운 경기였다. 경기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내가 왜 축구를 사랑하는지 복기하게 만들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