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이다. 통산 4차례로 유럽 최다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은 유럽 국가가 남미에서 개최된 대회를 정복한 첫 사례였다. 월드컵 88년사에서 독일은 언제나 주인공이었다. 이런 독일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독일을 네 차례 만났다.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한 1954 스위스월드컵에서 조별리그 2조 상대는 헝가리와 터키, 그리고 독일의 분단국가 시절 서독이었다. 하지만 조별리그 운영 방식은 지금과 달랐다. 톱시드 국가인 서독, 시드 미배정국인 한국은 대결할 필요도 없었다. 한국은 이미 헝가리(0대 9) 터키(0대 7)에 대패를 당하고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해 조기 귀국했다. 서독은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두 번째 만남은 1994년 6월 27일 미국 댈러스에서 이뤄졌다. 그해 미국월드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한국은 독일에 2대 3으로 졌다. 앞서 스페인과 극적인 2대 2 무승부를 거두고, 볼리비아와 득점 없이 비기면서 월드컵 출전 사상 최고 성적을 내고 있었지만 독일의 벽은 높았다. 0-3까지 벌어진 승부를 황선홍, 홍명보의 득점으로 만회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한국을 승점 제물로 삼고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한 독일은 8강까지 올랐다.
한국과 독일의 세 번째 만남은 2002년 6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뤄졌다. 한일월드컵 4강전이었다. 한국 축구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 진출을 노렸던 이 경기에서 독일에 통한의 0대 1 분패를 당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D조에서 포르투갈(1대 0)·폴란드(2대 0) 16강전에서 이탈리아(2대 1) 8강전에서 스페인(0대 0·승부차기 5대 3)을 연달아 쓰러뜨리고 4강까지 달려갔지만 독일의 저력을 뚫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독일은 결승으로 넘어갔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27일 밤 11시(한국시간)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은 한국과 독일의 네 번째 대결이었다. 한국은 마침내 독일을 잡았다. 독일의 파상공세를 정규시간 90분 동안 막아내고 후반 추가시간 3분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선제 결승골, 후반 추가시간 6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추가골로 2대 0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 승리로 독일을 F조 꼴찌로 밀어냈다. 나란히 1승2패(승점 3)를 기록했지만 골 득실차에서 한국(3득점·3실점·득실 0)이 독일(2득점·4실점·득실 -2)에 앞섰다. 같은 시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같은 조 다른 3차전에서는 스웨덴이 멕시코를 3대 0으로 잡았다. 이 결과로 스웨덴과 멕시코는 16강에 진출했다.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았으면 한국은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