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0% 점유율로 ‘극장골’ 2개 만든 불굴의 의지와 집중력

입력 2018-06-28 07:16 수정 2018-06-28 08:01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과 가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을 2대 0 완승으로 마친 뒤 그라운드에 누워 눈물을 흘리는 미드필더 이재성을 다독이고 있다. AP뉴시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격파한 동력으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불굴의 의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집중력을 꼽았다.

신 감독은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과 가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을 2대 0 완승으로 마친 뒤 “(선수들에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불굴의 투혼을 말했다. 세계 1위 독일이 우리에게 방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반격하자고 했다. 그게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은 한국을 상대로 공 점유율 70%, 슛 26회, 패스 719회의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한국의 점유율은 30%, 슛 11회, 패스 237회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효 슛에서는 한국이 5회로, 독일(6회)과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득점에서 한국이 2개로 앞서 독일보다 높았던 집중력을 입증했다.

독일의 슛은 번번이 빗나갔다. 한국은 역습으로 응수하며 기회를 엿봤다. 그렇게 후반 추가시간 3분에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독일 골문 바로 앞 혼전에서 수비수의 견제를 덜 받은 미드필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은 흐른 공을 오른발로 때려 골망을 흔들었다. 당초 노골(No Goal)을 선언했던 심판은 비디오 판독(VAR)으로 득점을 인정했다.

독일은 당황했다.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가 수비를 포기하고 한국 진영까지 깊숙이 올라올 정도였다. 노이어의 진출은 결국 한국의 두 번째 기회로 이어졌다. 미드필더 주세종(아산)은 우리 중원에서 노이어로부터 빼앗은 공을 독일 진영으로 길게 찼다. 이를 뒤쫓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텅 빈 골문에 공을 차 넣었다.

신 감독은 “점유율에서 밀리겠지만 (독일이) 심리적으로 급해 밀고 올라올 것으로 봤다”며 “우리에게도 분명 기회가 찾아와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게 승리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과 가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선수들에게 전술을 지시하고 있다. AP뉴시스

한국은 앞선 스웨덴(0대 1) 멕시코(1대 2)와 조별리그 1·2차전에서 모두 져 탈락의 사선에 놓였다. 16강 진출을 위한 복잡한 경우의 수는 이번에도 등장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게 예상됐다. 조국에서는 대표팀을 향한 비난 여론이 커졌고, 신 감독 역시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결국 독일과 나란히 탈락했지만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신 감독은 “보이는 것만으로 결론을 짓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했다는 것을 일일이 말할 수 없어 속이 많이 상하고 힘들기도 했다”며 “선수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내면 무마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제인가는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원했던 16강으로 진출하지 못했지만 독일을 이겨 한줄기 희망을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