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짐 덜게 된 장현수, 신태용은 끝까지 믿었다

입력 2018-06-28 07:10 수정 2018-06-28 08:26
사진 = 대한민국-독일의 경기, 한국 장현수가 공격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장현수(27‧FC 도쿄)가 마지막 독일과의 경기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앞선 두 경기에서의 심리적 무게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밤 11시(이하 한국시간)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F조 3차전에서 독일을 2대0으로 꺾었다. 비록 같은 시간 펼쳐진 멕시코-스웨덴 경기에서 스웨덴이 3대0 대승을 거두며 1%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FIFA(국제 축구 연맹)랭킹 1위에 빛나는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무너뜨렸다는 부분에서 체면치레를 할 수 있게 됐다.

장현수는 앞서 한국이 2연패를 하는 과정에서 연속된 실책을 범하여 패배의 원흉으로 꼽혔다. 그야말로 국민들에게 ‘역적’이 됐다. 도 넘은 비난과 악플 세례에 선수 본인 역시 굉장한 심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현수는 조별리그 2차전인 멕시코전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다.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서 역시 상대 공격수 치차리토에게 날린 슬라이딩 태클이 부적절했다는 목소리가 많다. 장현수가 태클이 아니라 끝까지 서서 버티는 수비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이미 1차전인 스웨덴과의 경기에서도 부진했던 장현수였기에 비난의 강도는 더했다. 앞선 경기에선 그의 패스미스가 김민우의 파울로 이어져 스웨덴이 VAR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경기가 끝난 후 장현수의 무리한 패스가 박주호의 햄스트링 부상을 입힌 것이라는 지적 역시 잇따랐다.

신 감독의 전술적 오판과 함께 모든 패배의 책임을 떠안게 된 장현수의 출전 여부는 독일전을 앞두고 초유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신태용호 부동의 센터백 주전으로 지역 예선부터 수비진의 중핵으로 활약해지만, 거듭된 실책으로 인한 자책감과 쏟아지는 비난에 평정심 유지가 어렵게 된 상황임엔 분명했기 때문이다. 주장 기성용이 종아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었기에 부주장이었던 그가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올지에도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신 감독은 비난 여론 속에도 다시 한번 장현수를 믿는 것을 택했다. 장현수는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고, 포지션은 중앙 수비수가 아닌 수비 라인 바로 앞에 배치된 ‘포어 리베로’였다. 다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질타를 어느 정도 의식한듯 주장 완장은 손흥민에게 내준 모습이었다.

사진 = 한국이 2-0으로 독일에게 승리를 거둔 후 경기후 황희찬과 장현수가 기뻐하고 있다.

장현수는 자신을 향한 신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전반전에서 다소 매끄럽지 못한 볼 처리로 인해 독일의 역습 상황이 나오긴 했지만 4백 수비 라인의 협력 수비를 잘 유지해나가며 그들의 공격을 저지해나갔다. 왕성환 활동량으로 공격과 수비라인을 오가며 공격과 수비라인 모두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독일을 압박했고 후반 추가시간 터진 김영권의 득점에도 관여했다.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 장현수는 현역 선수 중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토마스 뮐러를 비롯하여 티모 베르너와 마르코 로이스, 마리오 고메즈 등 세계 정상급 스트라이커들을 상대로 무실점으로 골문을 지켜냈다. 뒷선에 위치한 김영권과의 호흡 역시 훌륭했다.

경기가 끝난 후 장현수의 눈에선 보석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앞서 멕시코전 패배 직후 흘린 눈물과는 의미가 달랐다.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그간의 마음고생이 모두 담겨 있는 승리자의 값진 눈물이었다.

장현수는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사실 1, 2차전 끝나고 인터넷 기사를 전혀 보지 않았다”며 “동료들에게 ‘제가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마지막 경기는 이 악물고 뛰겠다’고 했는데 형들이 ‘너 때문에 진 게 아니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라고 해줬다. 형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장현수는 신 감독의 정말 뛸 수 있겠냐는 질문에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경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비난과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에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그 결과 동료들과 함께 그러한 고난을 이겨내고 당당히 고개를 든 채 마지막 경기에서 퇴장했다.

환상적인 독일전 경기력으로 앞선 1, 2차전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진해진 만큼 아직까지 장현수에 대한 비난 여론은 거세다. 하지만 마지막 선전으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덜고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이번 러시아에서의 악몽이 선수로서 한 단계 도약 할 수 있는 약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그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