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러시아 국빈 방문 이후에도 이어진 과도한 업무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면서 몸살감기에 걸렸기 때문이다. 앞서 청와대는 건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추측이 난무해지자 결국 건강 문제라는 사실을 밝혔다.
취재진이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의 건강는 2급 비밀에 해당된다”던 주장을 떠올리며 질문을 던지자 청와대는 “취재진의 시선을 피할 수 없지 않겠냐”며 대통령이 공식 일정을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등 과도한 일정과 누적된 피로로 몸살감기에 걸렸다”며 “청와대 주치의는 대통령이 이번 주말까지 휴식을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8일~29일 예정된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하기로 했다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는 26일 오후 유네스코 사무총장 접견과 규제 혁신 점검 회의를 시작 직전 취소하면서도 “문 대통령 건강과는 관계없다”고 밝혔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의 직전 취소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나오셔서 이 총리로부터 보고를 받은 다음 본인도 답답하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 보고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준비 미흡 이유로 취소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 경제 관련 정부 부처를 강하게 다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과의 접견을 취소한 것도 의문으로 제기됐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일정이 맞지 않아 취소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더욱이 전날에도 부산에서 열린 6‧25 유엔 참전 용사 추모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행사 시작 1시간 전 기상 악화를 이유로 취소해 의문으로 남았다. 갑작스런 일정 취소에 여러 추측이 난무했고 일각에서는 ‘제3차 남북한 정상회담설’이 나돌기도 했다. 결국 청와대는 뒤늦게 몸살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원래 문 대통령이 내일(28일)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오수 4시쯤 주치의가 진료한 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쉬어야 한다는 권고를 줬다. 이에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연차나 병가를 내고 쉴 예정”이라고 한 김 대변인은 “일상적인 집무는 가능하지만 고식 일정 등은 소화하기 어려운 정도로 파악되고 있어 관저에서 쉴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이 별도의 치료가 필요할 정도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남은 일정에 대해 김 대변인은 “사안에 따라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취소하고 연기할 수 있는 것은 연기 하겠다”며 “28일로 예정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 접견과 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당선인 초청 만찬 일정 역시 취소 또는 연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때는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발표하는 것이 2급 비밀을 누설하는 것이라고 보고 문제 삼지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대변인은 “그런 사안이 2급 비밀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일 일정에도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취재진의 시선을 피할 수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앞서 2014년 10월 박근혜 정부시절 1억 원대 운동기구 구입과 대통령 개인 헬스 트레이너 출신을 행정관으로 채용해 비난여론에 휩싸였었다. 당시 청와대 경호 실 박종준 차장이 국회에 출석해 “어느 나라나 국가 원수의 건강상태는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전부 비밀로 관리한다”며 “우리도 2급 비밀에 해당해 관리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 건강에 대해 브리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