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채무를 모두 갚은 것을 기념해 경남도청 정문 화단에 심은 이른바 ‘홍준표 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채무 제로’를 내세우며 심은 3번째 나무이다.
‘홍준표 나무’는 27일 오후 3시 굴삭기 작업 시작 5분여 만에 뿌리째 뽑혀 트럭으로 이송됐다. 다만 나무 앞에 ‘채무제로 기념식수. 2016년 6월 1일. 경남도지사 홍준표'라고 새긴 표지석은 제거하지 않았다.
홍준표 전 지사는 취임 이후 3년 6개월 만에 1조3488억원에 달하던 경남도의 빚을 모두 다 갚은 것을 기념해 직접 나무를 심을 위치와 나무 종류도 골랐다고 한다. ‘채무제로 기념수'로 처음에 사과나무를 심었으나 5개월 만에 말라죽자 다시 주목으로 교체해 심었다. 이 나무 역시 6개월 만에 시들어가자 지난해 4월 진주의 경상남도산림환경연구원으로 옮기고, 이날 철거한 40년생 주목을 다시 심었다.
세 번째 심은 주목도 옮겨 심은 지 얼마 안 돼 생육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경남도의 관리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잎이 말라가자 보기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전격 철거를 결정했다.
‘홍준표 나무’는 세 번이나 교체되는 사이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인 철거 요구를 받아왔다.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경남운동본부는 이날 ‘허깨비 채무제로 표지석을 제거하라' '채무제로 나무 보다 표지석이 더 문제다'는 문구의 펼침막을 들고 표지석도 제거까지 요구했다.
홍 전 지사는 ‘나무 철거’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나무가 뽑히기 1시간 전 SNS를 통해 “앞으로 일상으로 돌아간다”며 ‘페이스북 정치’의 마지막을 알렸을 뿐이다. 6·13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유한국당 대표에서 물러난 홍 전 지사는 7월 중순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최소 3개월 가량 미국에 머물며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귀국 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서전을 준비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날 홍 지사 시절 행정부지사를 지낸 자유한국당 윤한홍(마산회원구) 의원만이 ‘채무 제로 기념 나무' 철거를 비판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윤 의원은 “김경수 도지사 당선자가 전임 홍준표 도지사의 업적이 눈에 거슬리는가 보다. 취임도 하기 전에 채무제로 기념 나무를 뽑아버린다고 한다”며 “전임 도지사가 정말 힘들게 이루어낸 채무제로 정책을 단지 흠집내기를 위한 정치적인 의도로 폐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췄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