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리턴즈’(tvN). 꽃할배들이 돌아왔다. 프로그램 제목에 설렘이 묻어있다. 이번 여행지는 동유럽(독일, 체코, 오스트리아)이다.
‘꽃보다할배리턴즈’는 ‘꽃보다할배’ 네 번째 시리즈다. 이전 시리즈에선 부제가 여행지였다. 그러나 이번엔 ‘리턴즈’를 붙였다. 2015년 시즌3 그리스편 이후 3년 만의 여행이 시청자들에게도, 꽃할배들에게도 반가운 일임을 보여준다.
‘꽃할배리턴즈’의 나영석 PD는 27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작년부터 이미 구상은 시작됐다. 이순재 선생님께서 먼저 여행을 제안하셨다.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데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덥거나 추운 날씨를 피하다 보니 적절한 시기가 지금이 된 것”이라 덧붙였다. 시청률에 대한 질문에는 “5% 이상은 최소 나와줬으면 한다. 하지만 ‘꽃보다할배’ 기획은 시청률 잘나오길 바라며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방송 환경에서 예능 프로그램이 네 번째 시즌을 맞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제작진도 이전과는 다른 재미요소를 끊임없이 고민했을 것이다. 기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관람 포인트 세 가지를 제시해 본다.
하나. 이 구역 새로운 막내 ‘김용건’
‘New’ 할배의 등장이다. 배우 김용건(46년생, 개띠)이 새로운 멤버로 합류했다. 기존의 막내였던 백일섭(44년생, 원숭이띠)은 네 번째 여행에서야 막내 명찰을 반납했다. 걱정마시라. 원래 나오시던 할배들, 모두 나오신다.
이서진(71년생, 1월생이라 개띠)은 여행을 떠나기 전, 젊은 새 멤버가 온다는 사실을 들었다. 새 멤버가 지각하자 “젊은 자식이 첫날부터 늦느냐” “누군지 오기만 해봐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김용건(46년생, 개띠)이 등장하자 당황한 이서진은 몸 둘 바를 몰랐다고 한다. 나 피디는 “최근 3년 동안 본 이서진 표정 중에 제일 웃겼다”며 다시 한번 ‘이서진바라기’의 면모를 보였다.
나 피디는 “이전과는 다른 요소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막내 김용건 선생님을 섭외했다. 사실 이전에도 섭외요청을 했으나 사정상 이제서야 모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용건의 합류로 인한 새로운 ‘케미’가 기대된다.
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불가능 페르소나 ‘이서진’
또 이서진이다. 이제 그가 아니면 허전하다. 이서진 없는 꽃할배는 팥 없는 단팥빵이 아닐까. 나 피디 앞에선 세상 불만 가득한 ‘프로불만러’이지만 할배들 앞에선 세상 듬직한 가이드로 변한다. 끊임없이 툴툴거리면서도 할 일은 또 착실히 해내는 ‘츤츤’ 이서진을 그 누가 대체할 수 있을까.
영화계에 봉준호-송강호가 있다면, 예능계엔 나영석-이서진이 있다. 이 조합, 너무나 좋다.
나 피디는 “이서진 체력이 예전같지 않은 것 같다. 이서진이 ‘이 여행까지 하고 다음부터는 할배로 여행가겠다’고 한다. 노안이 와서 지도도 잘 못 본다. 예전같지 않지만 노련함으로 가이드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말했다.
강산이 두 번 바뀌고, 이서진이 꽃할배로 출연하는 그 날이 온다면 나 여기서 기다리리.
셋. ‘황혼’의 여행이 특별한 이유
꽃보다할배 시리즈 이후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꽃보다 청춘’ 시리즈가 기획됐다. 한 네티즌은 “황혼여행이 청춘여행과는 다른 면이 있어 묘한 기분이 든다.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는 댓글을 남겼다. 그렇다. 황혼의 여행과 청춘의 여행.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 풍경을 언제 또 볼 수 있겠나”. 어르신들이 여행지에서 흔히 하시는 말씀이다. 죽음은 산 날에 관계없이 찾아오지만, 그래도 황혼의 여행은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여겨진다.
가진 게 젊음 밖에 없는 청춘도 여행이 어렵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들 선뜻 여행을 갈 수 없는 황혼도 여행이 어렵다. 삶의 끝에서 마지막일지 모를 순간들을 채워나가는 여행, 매순간이 더욱 아쉽고 소중하다.
우리 시청자는 사랑하는 어르신들이 좀 ‘더 좋은’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오래’ 보셨으면 한다. 그래서 황혼의 여행은 특별하고 애틋하다. 29일 밤 9시50분 첫 방송.
사진=tvN 제공
김혜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