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해설가 차범근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 대표팀과 그 가족에게 악플을 남기는 네티즌에게 쓴소리했다. 특정 선수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인격을 짓밟고 희롱하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차범근은 27일 다음 스포츠에 연재되는 '차붐, 질문있어요'라는 기명 연재 코너에서 조별 리그를 치르는 한국 대표팀을 향한 무분별한 인신 공격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격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이 ‘지금 많은 선수와 그 가족들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어, 기쁨과 영광이 되어야 할 이 자리가 아픔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 하자 차범근은 “왜 가족들을 괴롭힙니까. 축구가 아닌 선수들의 인격을 왜 짓밟고 희롱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차범근은 문장마다 느낌표(!) 여러 개를 넣으며 감정을 표현했다.
그는 “지금 우리 선수들은 잔뜩 겁을 먹고 있다”면서 “몇 시간 후면 경기를 해야 할 ‘피파랭킹 1위 독일’ 때문이 아니라 무차별적으로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아주 일부의 일그러진 팬들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면서 “마음을 모아 응원하는 팬들을 방해하고 힘 빠지게 하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그는 선수들이 언론 보도와 댓글, 소셜미디어 반응에 민감하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는 가장 큰 격려를 보내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그는 “여러분들의 격려에 우리 선수들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접혔던 꼬리를 바짝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며 싸울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댓글과 문자로 격려해주자”고 덧붙였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18일 스웨덴과 조별리그 첫 경기에 패하면서부터 일부 네티즌으로부터 악플을 받았다. 비난의 화살은 특정 선수를 향했다.
조별리그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보여준 골키퍼 조현우와 그의 아내 조희영씨는 수년 동안 운영했던 각자의 인스타그램을 23일 삭제했다. 조희영씨는 "아기에 대한 안 좋은 댓글들을 건너 건너 듣게 되면서 아기가 나중에 글씨를 알게 되면 상처가 될까 700개 정도의 수년간 일상을 담은 일기와 같은 것들을 지우게 됐다"며 "몇 년간 추억의 공간이었는데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아기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심경을 밝혔다.
수비수 장현수를 향한 비난도 도를 넘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현수의 입국을 금지하라’ ‘장현수가 국가대표에 뽑히게 된 경위를 조사하라’ ‘선수 자격 박탈, 국가대표팀에서 영구 제명하라’ ‘장현수의 군 면제를 취소하라’ 등의 얼토당토않은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24일 멕시코전에서 장현수가 태글 수비 중 핸드볼 반칙을 해 상대팀에 페널티킥을 내준 것을 책임지라는 성토였다. 부상 입은 주장 기성용 대신 장현수가 주장으로 선발될 수도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비난의 수위는 차츰 더 높아졌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