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말 안 듣는 트럼프…“좋아하는 사람·자기 말 동의하는 사람 조언만 들어”

입력 2018-06-27 15:19
사진 = 뉴시스

이란과 북한 간 핵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측근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을 비롯해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있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NBC뉴스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과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하며 최근 미국의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점점 더 관련자들과는 동떨어진 채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을 탈퇴했다는 소식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통보받지 못하고 동료로부터 들었다. 한달이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발언한 ‘북한의 비핵화 관련 대화가 진행 중일 때에는 한·미 연합훈련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내용 역시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일부 국방부 수뇌부의 반대를 무시한 채 ‘우주군 창설’ 발언을 하면서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기도 했다.

한 백악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국방장관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의존하거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충고에 의지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가 진행하는 정책에 동의하는 인물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 국방부와 백악관에서는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나섰지만,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가까이 있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식 만남에서만 만나고 있다”며 “트럼프는 매티스를 존중하고 있지만 그들은 가까운 관계는 아니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행정부와 국방부 간 전화 통화가 줄어들었다는 점도 지적됐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 사진 = 뉴시스

처음부터 이런 갈등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매티스를 국방장관에 앉히겠다고 소개하며 “다들 미친 개(Mad Dog) 매티스 장군을 알 것이다. 그는 진짜 인물(Real Deal)이다. 이 사람이 우리가 정말 필요한 사람이며 여러분은 잘 지켜봐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국방장관의 조언을 주요 결정에 대해 반영해왔다.

매체는 이런 갈등이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이스라엘 수도인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결정하면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당시 매티스 국방장관은 “해당 조치가 이 지역(중동)의 안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할 것”이라며 반대한 바 있다.

지난 4월 멕시코와의 국경에 군대를 보내 이민자를 차단하겠다는 방안 역시 매티스 국방장관과의 마찰을 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미 국방부와의 논의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당시 매티스 국방장관은 해당 정책이 제대로 정리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국방장관의 조언 없이 이란과의 핵 협상을 철회하고 국방부에 우주군 창설을 요구하는 한편, 트랜스젠더 등의 사람들이 군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 등도 진행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서도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NBC뉴스는 가장 중대한 안보 사안 중 하나인 북한 관련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단독으로 정책이 펼쳐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 국방부 관계자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연합훈련의 취소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고, 매티스 국방장관 역시 한국과의 연합훈련이 한·미 양국의 안보에 결정적이라는 견해를 피력해온 바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연합훈련 중단·축소가 진행되자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의견을 낸 것이)놀랄 일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후 주한미군 비용 부담 문제에서도 의견 충돌은 지속되고 있다는 게 미국 관계자들의 평이다.

NBC뉴스는 “매티스 국방장관이 앞으로 안보 문제와 관련해 협력해야 할 사람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대통령 자신의 안보 계획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하면서 “안보 분야에 종사하는 전·현직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뇌부의 조언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