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이 제주도에서 난민 지위 인정 신청을 한 예멘인 500여명의 거취 논란에 대해 UN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서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정우성은 지난 2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중앙일보가 연 ‘길 위의 사람들: 세계 난민 문제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의 대담에 참석해 예멘인 난민 신청 문제를 인권 입장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예멘인을 상대로 비자 없이 제주도에 입국할 수 없도록 한 조치(무사증입국 불허국가 지정)에 대해서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자를 통해 난민 입국을 제어하겠다는 것은 난민이 어느 나라에 가서도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게 하는 위험성이 내포돼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난민 유입으로 인한 피해(범죄 등)를 우려하고 있는 제주도민에게도 입장을 밝혔다. 정우성은 “제주도민들께서는 제주도가 다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반감이나 불안감이 있을 수도 있는데, 출도(섬에서 나가는 것)를 제한했기에 그런 의식이 만들어진 것 같다”며 “예멘인이 섬에서 나올 수 있도록 허가했으면 서울이나 기타 커뮤니티에 자리잡고 도움을 받으며 어렵더라도 스스로를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제주도나 중앙정부 부담을 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성은 난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어느 순간 다수의 난민이 제주도에서 난민 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그 사람들을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대중에게 인권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막연하고 어려운 얘기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논의 과정에서 근거가 빈약하거나 과장된 정보로 논의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감정적 표현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우성은 2015년부터 전세계에 11명이 활동하는 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부터 명예대사 자격으로 네팔에 방문한 후 여러 차례 난민촌을 직접 방문했던 그는 친선대사로 공식 임명되자 난민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2014년 네팔에 이어 2015년 남수단·2016년 레바논·2017년 이라크와 방글라데시 등 분쟁지역과 난민촌을 오가면서 매년 UNHCR에 50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고 있기도 하다.
그는 대담에서 “그동안 난민 캠프를 방문하면서 수없이 많은 난민들과 실향민들을 만났는데, 이 세계적 문제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까 고민하면서 ‘내가 너무 큰 숙제를 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예민 난민 신청자 입국에 대한 찬반 논쟁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예멘 난민신청자를 받아들이자는 측에서는 정우성과 같은 인도주의적 자세를 강조하며 ‘우리도 과거 난민이었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지만, 예멘 난민신청자를 거부하는 측에서는 ‘이질적인 종교와 문화(이슬람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다수 받아들일 준비는 안 됐다’ ‘이질적인 종교를 가지고 있는 나라인만큼 범죄 우려가 있으니 심사 절차를 더 강화해야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정부에서는 취업지원·인도적 지원·범죄 예방 등의 세 가지 조치와 함께 농사·축산 부문 취업 허가, 식자재 제공, 무료 의료 지원 등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예멘 난민신청자 중 일부가 제주출입국과 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체류허가지역제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출도 제한 조치 해제도 논란이다. 예멘인 일부는 출도 제한 조치가 합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제한 조치 기준이 모호해 위헌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출도 제한을 위해서는 난민 심사가 선행돼야 하는데, 심사 결과 난민으로 인정될 경우 내국인과 동등하게 이동의 자유가 보장된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 25일부터 예멘인 486명을 상대로 난민 심사를 비공개로 시작했다. 전체 난민 신청자인 549명 중 출도 제한 전에 육지로 갔거나 자진 출국한 사람들을 제외한 486명에 대한 심사는 7~8개월 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