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수 거목 나카소네 “김종필과 후지산 그림을 같이 그렸는데…”

입력 2018-06-27 10:40


향년 92세를 일기로 23일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영결식이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시작된 발인과 영결식에는 김 전 총리의 유족을 포함해 정·재계 인사 등 25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에는 특히 나카소네 히로부미 참의원 의원이 부친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를 대신해 조사를 낭독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일본의 대표적 보수정치인으로 김 전 총리와 각별한 사이였다. 나카소네 의원은 조사를 통해 “부친이 참석함이 마땅하지만 지난달 만 100세가 된 고령이어서 이 자리에 올 수 없었다”며 “오늘은 제가 대리로 참석했다. 김종필 선생의 영면에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1918년생인 나카소네 전 총리는 20대 후반 중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2003년 정계은퇴할 때까지 20선 의원을 지냈고, 1982년부터 5년간 총리를 역임했다. 총리 시절 처음으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 세계평화연구소에서 열린 ‘김종필 증언록’ 기자회견에 참석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

앞서 나카소네 전 총리는 김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오랜 친구를 잃는 것은 참으로 쓸쓸하다. 우정에 감사하며 진심으로 명복을 빌고 싶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는 아들조사에서 “선생과는 매년 8월 일본 가루이자와에서 골프를 함께 치기도 하고 발렌타인 위스키를 마시며 정치 문화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꽃피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1960년대 말이라고 생각되는데 후지산 그림을 한 장의 캔버스에 둘이 공동으로 그린 적도 있었다”며 대표적인 ‘지일(知日)파’ 정치인이었던 김 전 총리의 별세를 안타까워했다.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는 나카소네 전 총리가 여름 휴가를 보내는 별장이 있는 곳이다.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등 한·일관계 진전과 관련해 김 전 총리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선생은 매우 어려운 협상에서 깊은 통찰력으로 대한민국 발전과 한·일 미래를 내다보는 대국적 판단으로 합의에 이르게 했다”면서 “정계 진출 후 초대 한·일국회의원연맹 대표를 역임하고, 국무총리로서 1998년 한·일공동선언을 추진하는 등 한·일관계 강화를 위해 시종일관 힘쓰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생의 위대한 공적은 양국 국민 마음에 깊이 새겨져있다”며 “현재 동북아 정세는 큰 전환기에 처해있다. 서로 운명을 공유하는 한·일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목표로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