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요아힘 뢰브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16강 진출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이 경기의 패자는 비난 여론 속에서 사퇴 요구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뢰브 감독과 비슷한 의상 선택으로 ‘한국의 뢰브’로 불렸다. 독일 언론 역시 신 감독을 ‘아시아의 뢰브 쌍둥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같은 듯 다른 두 감독은 지금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앞선 두 경기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국내외 언론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한국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통한의 비디오 판독(VAR) 페널티킥을 내주고 아쉽게 0대 1로 석패한데 이어 24일 멕시코와 2차전에서도 1대 2로 졌다. 최근 부진했던 평가전 경기력에 월드컵의 뼈아픈 연패까지 더해져 대표팀을 향한 국민적 질타와 냉대를 받고 있다. 부진한 결과에 따른 책임은 신 감독의 몫이었다. 현재 신 감독을 향한 국내의 비난 여론은 정점에 치달았다.
4년 전 브라질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뢰브 감독 역시 최근 부진한 경기력에 대한 여론의 뭇매에서 피해갈 수 없었다. 독일은 1차전 상대였던 멕시코의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 경기에서 0대 1로 졌다. 스웨덴과 2차전 역시 종료 직전 토니 크로스의 역전 결승골로 가까스로 승리하긴 했지만 독일답지 않은 실수투성이의 경기를 펼쳤다. 실점도 꾸준히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4일 프랑스전(2대 2) 이후 7경기 연속 실점하고 있다.
독일은 유일하게 월드컵 유럽 예선을 10전 전승으로 통과하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다.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최근 부진한 경기력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실망감은 매우 컸다.
객관적인 전력상 F조에서 압도적인 ‘1강’으로 꼽혔던 독일은 가볍게 2승을 쌓고 빠르게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한국과 3차전에서 힘을 뺄 예정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동시에 열리는 스웨덴과 멕시코 같은 조 다른 3차전에서 득점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뢰브 감독은 한국과 경기를 하루 앞둔 26일 기자회견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한국전은 2골 이상 차이를 내야 한다. 그래야 16강에 갈 수 있다. 그 생각뿐”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수비도 중요하지만 내일 (대량 득점이 필요한) 우리의 공격이 상당히 중요하다”라며 극단적인 공격 축구를 예고했다.
이에 맞서는 신 감독은 실낱같은 16강 진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 감독은 “독일이 우리보다 훨씬 강해서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며 전력의 열세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공은 둥글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분명히 기회가 올 것”이라며 “이기기 위해서 경기하겠다”고 비장한 마음을 드러냈다.
F조는 16강 진출이나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한 나라가 없는 유일한 조다. 멕시코가 2승(승점 6)으로 조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독일과 스웨덴이 나란히 1승1패(승점 3)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2패(승점 0)로 최하위다. 독일은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완승을 거둬 16강 진출을 확정짓겠다는 각오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 역시 2패를 안고 있지만 16강 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독일에 2골차 이상으로 이기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으면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
신태용과 요아힘 뢰브.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된 두 감독 중 누가 웃을지는 27일 밤 11시(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킥오프하는 독일과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