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반발 속 부산국제외고의 일반고 전환 사실상 확정

입력 2018-06-27 08:50

학생과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특수목적고인 부산국제외고의 일반고 전환이 사실상 확정됐다.

특목고 선발 시기 변경 이후 첫 전환 사례여서 전국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부산시교육청은 26일 특목고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부산국제외고 특목고 지정 취소에 관한 안건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심의 결과 재적위원 13명 중 12명이 참석해 이 중 11명이 지정 취소에 찬성을, 1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이날 심의에는 학교 측 관계자와 함께 학부모 대표도 참석해 의견을 피력했다.

학교 측은 가뜩이나 지원자가 감소해온 데다 올해부터 학생 선발 시기가 전기고에서 후기고로 변경되면서 정원을 채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부산국제외고 경쟁률은 2015년 2.04 대 1에서 2018년 0.93 대 1까지 떨어졌다.

이에 학부모들은 충분한 공론화 없이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열린 이날 오전 부산국제외고 학부모 수백 명은 시교육청 앞에서 일반고 전환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교육청 김흥백 적정규모학교육성 추진단장은 “위원 사이에서 학부모 입장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행정 절차상의 하자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다음 달 초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청문 절차를 진행하고, 같은 달 20일쯤 청문조서가 완성되는 대로 이를 첨부해 교육부 특목고 지정·운영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고등학교 구분이 변경될 때는 3개월 전에 공고를 해야 해 후기고 원서를 쓰는 12월 10일로부터 3개월 이전인 9월 9일 이전 공고를 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청은 8월 말 교육부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고 전환이 최종 확정되면 국제외고는 2019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신입생을 받고 교육청의 재정교부금도 지원된다.

다만, 외고로 입학한 학생들이 외고로 졸업할 수 있도록 교명 변경은 2년 유예를 추진한다. 2020학년도까지는 외고 이름을 사용하고 이후 센텀여고로 변경될 예정이다.

김 단장은 “심의위원들이 앞으로 교육과정이나 교원수급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청 학교 학부모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라고 요구한 만큼 이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학생들의 심리 상담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부산국제외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이 같은 심의 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학교가 일반고로 전환됐을 때 발생할 부작용을 막을 대책조차 없이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통보했다”며 “지난해 입학설명회 때 2020년까지 특목고 유지를 약속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라며 반발했다.

국제외고가 일반고 전환을 결정한 결정적인 계기는 2019년부터 바뀌는 입학전형 때문이다.

교육부는 일반고·외고·자사고를 같은 기간에 선발하도록 2017년 12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법에 따라 외고·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미달하는 일반고로 가야 한다. 학생은 미달 일반고를 고를 수 없어 집과 먼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다.

한편 전국 31개 외고 가운데 2011년 충북 중산외고가 일반고로 전환됐다. 부산국제외고가 전환되면 전국 두 번째다.

앞서 지난해 부산 부일외고가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다 학부모 등의 반발로 중단됐다. 하지만 내년에 일반고·자사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모집해 미달 사태를 겪으면 일반고 전환이 잇따를 전망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