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항 인근 주민들이 소위 ‘라돈 침대’의 항구 반입을 막은 데 이어 천안시의 대진침대 본사 인근 주민들도 매트리스 반입을 반대하고 나섰다. 천안 서북구 직산읍 판정리 주민들은 25일 오전부터 대진침대 본사 인근 도로를 막고 매트리스 반입을 저지하고 있다. 당진항에 남아 있는 1만6000여개 등 아직 본사에 반입되지 못한 매트리스는 갈 곳을 잃은 모양새가 됐다.
대진침대 본사에는 26일 현재까지 2만5000여개의 매트리스가 반입돼 6600여개의 해체가 완료됐다. 본사 인근 주민들은 요구 조건이 반영될 때까지 집단행동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철한 판정리 이장은 이날 “지난달부터 매트리스 해체작업이 벌어졌음에도 누구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현재 들어와 있는 매트리스의 수거 및 반입 금지라는 조건이 수용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사태를 총괄함에 따라 천안시는 현재 현황 파악에 주력하고 있지만 ‘매트리스의 지역 내 반입 불가’에 대해서는 주민들과 궤를 같이하는 모양새다. 구본영 천안시장은 전날 대진침대 본사에서 열린 원안위 및 대진침대 관계자 등과의 긴급간담회에서 매트리스 반입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단체 차원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원안위는 주민 설득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오전에도 주민들과 만나 매트리스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했다”며 “아직 결정된 내용은 없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주민들과 상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당진항에 아직 남아 있는 매트리스의 처리가 쉽지 않다. 당진시와 천안시 주민 모두가 매트리스 반입을 막아섰고 지자체들도 매트리스 반입에 부정적인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해체 작업이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섣불리 해결에 나설 경우 자칫 지역 간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황이 악화되자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방사능 포비아’ 진화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날부터 라돈 측정기 무료 대여와 함께 측정 결과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경기도 김포시도 라돈측정기 10대를 구입해 대여서비스에 나섰다. 대기 등록자만 2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소비자들의 집단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했다. 현재까지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는 299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진침대를 구매하거나 사용한 소비자들은 다음 달 2일부터 31일까지 관련서류(매트리스 모델명·사진 등)를 준비해 소비자원 홈페이지에서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천안·부산·김포=전희진 윤봉학 정창교 기자, 손재호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