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미세먼지 기준 강화되지만… 불신 큰 어린이집

입력 2018-06-27 08:04

정부가 실내 미세먼지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 기준을 따를 의무가 없는 소규모 어린이집이 많아 부모들의 불안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자연환기·공기청정기 사용 등 어린이집 공기질 관리를 두고 부모와 교사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26일 실내 미세먼지 기준 강화 등을 담은 실내공기질 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어린이집·산후조리원·노인요양시설·의료기관 등 미세먼지에 더 약한 집단이 이용하는 시설의 실내 초미세먼지(PM2.5) 기준을 70㎍/㎥에서 35㎍/㎥로 강화하는 게 골자다. 초미세먼지 기준은 지금까지 강제력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유지기준’으로 바뀐다. 위반하면 과태료를 문다. 미세먼지(PM10) 기준도 현재 ㎥당 100㎍에서 75㎍으로 강화된다.

하지만 강화되는 기준을 적용받는 어린이집은 약 14%다. 실내공기질 관리법상 연면적 430㎡ 이상인 국공립·법인·직장·민간어린이집만 규제 대상이다. 전체 어린이집의 48.5%를 차지하는 가정·협동 어린이집과 연면적 430㎡ 미만 소규모 어린이집(37.4%)은 예외다.

어린이집 공기질 관리에 대한 부모들의 불신은 기준 강화와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올해부터 공기청정기를 제공하고 있지만 불만을 표시하는 부모가 많다. ‘어린이집 평수에 비해 공기청정기가 작다’ ‘등·하원 시간에만 공기청정기를 트는 어린이집이 있다’ 등이다. 아이들이 놀면서 생기는 먼지를 내보내고 감염병 등을 예방하기 위해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도리어 밖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부모는 “마스크라도 씌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어린이집은 한국환경공단이 제공하는 ‘에어코리아’의 미세먼지 예·경보를 참고해 야외활동 등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상당수 부모는 정부 기준보다 엄격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을 반영한 예·경보 애플리케이션을 들여다보며 미세먼지 대응을 요구한다. 미세먼지 수준이 ‘보통’인 날 어린이집이 환기를 시키거나 야외 활동을 하려 하면 “‘나쁨’ 수준인데 왜 그런 활동을 하느냐”는 볼멘소리를 내는 부모도 있다.

김용희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장은 “원칙적으로 일과 중 프로그램이나 활동이 바뀔 때마다 환기를 시켜야 하는데 미세먼지 탓에 언제 환기를 시켜야 할지 애를 먹고 있다”며 “신경 쓸 부분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공기청정기 필터 청소, 미세먼지 상황과 어린이집이 취한 조치 기록 등 잡무도 늘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향후 어린이집의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해 환경부와 협의 중이지만 소규모 어린이집에 80만∼100만원이 드는 공기질 측정비용과 이를 어길 경우 물리는 수십 만원의 과태료 등을 부담하라고 하기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하역사, 대규모 점포, 영화관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16개 다중이용시설의 미세먼지 기준도 강화했다. 미세먼지 기준을 현재 150㎍/㎥에서 100㎍/㎥으로 변경하고, 초미세먼지와 관련해 유지기준을 신설(50㎍/㎥)했다. 환경부는 측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시료 채취 시간을 현행 6시간 이상에서 24시간 이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번에 강화된 실내공기질 기준을 적용하면 초미세먼지의 경우 적용 대상 어린이집의 약 22%, 지하철역사는 약 40%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규제 이행 준비에 필요한 기간 등을 고려해 새 기준을 내년 7월 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실내 미세먼지 기준을 위반하면 초과율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환경부는 현재 200Bq/㎥인 공동주택의 라돈 권고기준도 다중이용시설 수준인 148Bq/㎥로 강화한다. 어린이집·산후조리원·노인요양시설·의료기관 등에서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의 유지기준도 100㎎/㎥에서 80㎎/㎥로 바꾼다.

최예슬 박상은 기자 smarty@kmib.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