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말라위 담배농장서 일하는 14살 소녀

입력 2018-06-27 00:57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말라위 담배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다. 14살 소녀 티야미케 피리가 가족을 도와 담배농장에 일하는 동영상 캡처.

14살 소녀 티야미케 피리는 오늘도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 담배나무 사이에서 잡초를 뽑았다.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선 피리는 일하는 내내 무표정이었다.

“학교를 다니는 게 재미있었고 성적도 좋았지만 연필과 교과서가 다 떨어져서 그만 둘 수밖에 없었어요.” 피리는 시선을 떨군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피리의 장래희망은 간호사지만 담배농장에서 오빠 부부를 도와야 하는 처지다. 잠깐 동안의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피리는 수확한 담뱃잎을 널어 말리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피리는 “정말 힘든 일”이라고 털어놨다.

아프리카 말라위에 있는 대규모 담배농장에서 여전히 아동 노동력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말라위의 담배농장 인근에 사는 아동 중 57%, 담배농사를 짓는 소작농 가족에 속한 아동 중 63%가 위험한 담배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아동들이 착취당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1년 14살 이하 아동 130만명에 일하고 있다고 추정했으며, 지난해까지 계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인도네시아 담배농장에서 일하는 10살 안팎의 아동들이 니코틴 중독을 무릅쓰고 장시간 노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공정한 담배 유통구조가 계속해서 아동들을 노동에 내몰고 있다. 담배농사를 짓는 대부분의 소작농들은 계약을 맺은 중간상인에게 담뱃잎을 판다. 소작농들은 중간상인이 제시한 가격을 거부하면 담뱃잎을 한 장도 못 팔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경매에 부쳐야 한다. 따라서 소작농은 중간상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가장 큰 피해는 고스란히 소작농 가족의 아동에게 돌아간다. 반면 거대 담배회사들은 이득을 독식한다. 2011년 말라위의 농업 연구개발센터에 따르면 따르면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BAT)와 임페리얼 타바코 등 거대 담배회사가 취하는 이익이 각각 34%, 39%에 달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