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최초 여성 축구 해설가에 잇단 성차별적 비난

입력 2018-06-26 23:02
축구 전문 기자로 활동하던 비키 스파크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축구 생중계 해설자로도 데뷔했다. 비키스파크 소셜네트워서비스(SNS) 캡쳐

영국 여성 최초로 축구 생중계 해설을 맡은 비키 스파크스에게 성차별적 발언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전직 축구선수이자 방송 진행자 제이슨 컨디(49)가 방송에 출연해 “여성 목소리는 축구를 해설하기엔 지나치게 고음이다”라며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컨디는 이날 ITV 프로그램 굿모닝 브리튼에 출연해 “나는 남자 목소리를 듣는 것이 더 좋다. 나는 90분 동안 고음을 듣고 싶지 않다”며 “축구에서 종종 있는 극적인 순간을 맞을 때 낮은 목소리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컨디가 지목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영국 여성 중 최초로 축구 생중계 해설을 맡은 비키 스파크스였다. 스포츠 전문기자인 스파크스는 지난 20일 열린 모로코와 포르투갈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예선 경기에 해설로 데뷔했다.

굿모닝 브리튼 진행자 피어스 모건은 즉각 반발했다. 모건은 “내 유일한 기준은 그들이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아니라,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 아는가이다”며 “여성들 목소리가 너무 커서 짜증난 것 같은데, 당신도 목소리 크다. 성차별주의자 돼지로 보인다”고 쏘아붙였다.

스파크스 데뷔 당일인 지난 20일에는 영국 국가대표 축구팀 주장 출신인 존 테리(38)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경기를 볼륨을 줄여놓고 보고 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기도 했다.

남성 중심의 마초적인 세계로 유명한 축구계에서 스파크스가 겪은 수난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프로축구팀 선덜랜드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여자라도 한대 맞을 수 있다. 다음번에 올 때 조심하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