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가 26일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과 관련된 문건 파일 410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이 임의 제출을 요구한 지 일주일 만이다. 다만 핵심 단서로 꼽힌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의 하드디스크는 제출하지 않았다. 압수수색 등 검찰의 강제 수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행정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성이 있는 410개의 주요파일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비실명화한 극히 일부 파일을 제외하고 모두 원본 파일을 (검찰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상 비밀침해 소지가 없고 구체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자료를 제출했다”고 했다. 법원행정처가 넘긴 파일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컴퓨터에서 추출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문건 410개의 원본 파일이다. 행정처는 “하드디스크에는 제기되는 의혹과 관련성이 없거나 공무상 비밀이 담겨 있는 파일 이 대량으로 포함돼 있다”며 “임의제출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하드디스크가 제출 자료에서 제외되자 강력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410개 파일만 분석해서 검찰이 ‘재판거래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결론 낸다면 누구도 수긍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출받은 파일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작성자가 자발적으로 작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 재판 증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자료 분석 뒤 수사 방침과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행정처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디가우징(복구가 불가능한 삭제)’된 사실을 전달받았다. 하드디스크 등 증거 능력이 있는 핵심증거를 확보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처가 하드디스크 제출을 끝까지 거부하면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하드디스크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공소유지는 불가능할 거라고 본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전망했다.
문동성 이가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