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의 거취를 둘러싼 한국당 내 갈등이 선수(選數)별로 미묘하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초·재선과 3선 의원들이 잇달아 김 권한대행의 유임에 힘을 실어준 반면, 중진 의원들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김 권한대행이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 3선 의원들은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하고 김 권한대행에 대한 사퇴 요구가 부당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강석호 의원은 모임 후 브리핑을 열고 “중진 모임에서 일부 퇴진요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는 국회 정상화가 필요하고 원 구성이 시급하다”며 “퇴진 요구는 부당하고 무례하다는 데 3선 의원들의 의견이 일치됐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지금까지는 침묵이 당 화합을 위해 좋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잔소리도 하고 목소리도 내는 것이 당 발전에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앞으로 3선 의원들이 당 화합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 3선 의원들은 친박(친박근혜)계가 많은 초·재선과 달리 비박(비박근혜)계 바른정당 복당파가 다수다. 이날 회동에도 김광림·강석호 의원을 제외한 참석자 대부분이 복당파였다. 이에 앞서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도 지난 25일 회동에서 김 권한대행 유임과 혁신 비대위 준비위 출범에 힘을 싣기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김 권한대행에 대한 중진 의원들의 공세는 계속됐다. 정우택 의원은 오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권한대행은 복당파의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이라며 “계파분쟁의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면 당이 잘못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심재철 의원도 김 권한대행이 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맡은 안상수 의원을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내 손으로 (비대위원장) 대상자를 선발하고 내 손으로 의결하는 것이냐”며 “이같은 일은 중세시대에나 있었던 제왕적, 독재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