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 한 야산에서 발견된 시신은 실종된 여고생 A(16)양이었다. 경찰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주겠다”며 접근한 A양 아버지의 친구 용의자 B(51)씨의 계획범행 여부 등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6일 강진 경찰 등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검사 결과 24일 오후 2시58분쯤 도암면 한 야산에서 발견된 시신은 A양으로 확인됐다. 발견 당시 부패가 상당히 진행 중인 상태였다. 인근에서 A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립글로스가 발견됐지만 기타 소지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과수 1차 부검 결과 외상이나 큰 상처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경찰은 B씨와의 강력범죄 연관성을 수사 중이다. 특히 B씨가 범행을 계획한 듯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사건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양은 사건 발생 일주일 전 B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씨는 A양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할 것을 당부했다. B씨는 16일 낮부터 오후 6시까지 강진읍에 위치한 자신의 가게에 휴대전화를 놔뒀다. 6시 이후에도 휴대전화 전원을 키고 끄는 것을 반복했다. B씨의 휴대전화에는 수개월 동안 A양과의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기록은 없었다. B씨 차량 블랙박스는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B씨는 이날 오후 5시 50분쯤 자신의 집에서 차량을 세차했고, 옷가지로 추정되는 물건을 태웠다. A양이 실종된 당일 밤 11시쯤 A양의 어머니가 집을 찾아가자 집안에 있던 B씨가 뒷문으로 빠져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계획범행을 의심케하는 대목은 CCTV가 10여대 있는 새로 난 도로가 아니라 CCTV가 없는 옛 도로를 이용다는 점이다. 또 자신이 과거 살았던 경사가 가파른 야산으로 이동한 점, 인적이 드문 농로에 차량을 세웠던 점 등도 수사 대상이다.
다만 A양과 B씨가 함께 산에 올라갔다는 실질적인 증거는 없는데다 실제 범인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된 시신에 대한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정밀감식을 통해 강력사건과 연관성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면서 “B씨가 숨졌지만 집중감식으로 범행여부 등을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A양은 16일 오후 친구에게 “아빠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소개시켜준다고 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1시35분쯤 전남 강진군 성전면에 있는 집을 나선 뒤 같은날 오후 4시30분쯤 휴대전화 전원이 꺼지면서 연락이 끊겼다.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겠다고 한 아빠 친구이자 용의자인 B씨는 17일 오전 6시17분쯤 자신의 집 인근의 한 공사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