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6일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당 쇄신의 첫 발을 뗐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계속되는 계파 갈등으로 인해 “비대위원장을 데려온들 영(令)이 서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대위원장 후보를 찾더라도 임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당 비대위 준비위원회는 오전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은 회의에 참석해 “우리들만의 목소리와 생각으로 국민들의 뜻을 쫓아가지 못한 그 과오에 대해서 국민으로부터 따끔한 채찍질과 질타를 겸허히 듣겠다”며 “혁신 비대위원장에게 한국당을 살려낼 칼을 들고 내 목부터 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 칼은 2020년 총선 공천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칼이어야 한다. ‘김종인 모델’보다 더 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비위는 이날 회의에서 ‘당의 화합과 혁신의 기준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인선하는 데 공감대를 가졌다. 또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회의를 갖기로 했다.
하지만 비대위원장 후보를 찾더라도 실제 비대위를 구성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비대위원장을 어렵게 인선하더라도 인선안이 전국위원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한국당 당헌에는 비대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상임고문단, 원외 당협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전국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 전국위에는 김 권한대행의 당 운영에 비판적인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도 여럿 포함돼 있어 전국위에서 비대위원장 인선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권주자로 거론된 일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힘이 실리지 않는 비대위를 하느니, 차라리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편이 낫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준비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심재철 의원(5선)은 준비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이 당 전국위원회 의장이란 점을 언급하며 “자신이 선정한 사람(비대위원장)을 자신이 의결하는 일은 중세시대에나 있었던 제왕적, 독재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