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성폭행 당한 제 딸만 죄인같이…” 사그라들지 않는 ‘소년법 폐지’ 여론

입력 2018-06-26 15:0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청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여론은 해가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소년법 개정 및 폐지 요구 청원에 40만 명이 동의하면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놨지만 소년법 폐지의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자들은 떳떳하게 생활하고, 집단 성폭행 당한 피해자인 저희 아이는 오히려 더 죄인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을 더 강화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해당 글에서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15살 여중생의 엄마라고 밝히며 말문을 열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자는 “2018년 3월 저희 아이는 19살 남자아이 3명과 또래 남학생 4명, 총 7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며 “19살 남자아이 3명은 대구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주동자였던 남자아이 한 명만 구속된 상황이다. 다른 두 명은 구속되지 않은 채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소년법 때문에 2004년생인 나머지 4명은 모두 소년원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원자는 자신이 해당 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뒤, 남자아이들은 그 일을 자랑스럽게 소문내고 다녔으며 페이스북에 딸이 남자애들을 꼬드겨서 관계를 가졌다는 허위 사실까지 올렸다”면서 “그 일이 있은 후 딸아이는 수군거림과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또 “4명의 아이들은 소년원에 들어가고 나서도 친구를 통해 딸을 협박했다. 차마 입에도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들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저희 아이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목숨을 끊으려고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리려는 걸 발견하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사건 이후 어떠한 사과도 못 받았고, 피해자인 우리 아이가 오히려 숨어 지내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원망스럽다. 가해자들은 지금도 떳떳하게 생활하고 있다. 그 소년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강한 법의 심판을 요구드린다”고 적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어 26일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사건 피해자의 아빠라고 밝힌 사람이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추가로 덧붙이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 글을 적게 됐다”면서 “아내가 올린 청와대 게시글은 오히려 내용이 축소됐다. 가해자의 여자친구라는 아이 한 명은 저희 아이를 찾거나 어디 있는지 제보하는 사람에게 현상금 주겠다며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피해자 코스프레니, 여자애가 왜 그런 불량 학생들이랑 어울려 놀았냐 하는 그런 말씀들은 삼가 주셨으면 한다. 저희 딸은 그 소년 중에 한 명과 단순한 친구 사이였을 뿐이었다”면서 “딸은 그날을 조금도 기억하기 싫어하는데 검찰에 두 번이나 출석해서 진술을 해야만 했다. 다시 한번 진술하게 되면 죽어버리겠다고까지 말했다. 글에 나와 있는 내용보다 현실은 백배는 더 심하고 힘든 상황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편 소년범죄와 관련해 오현아 법무부 소년과 분류계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리면 어릴수록 회복 가능성도 높지만 재범 가능성도 높다. 또래 집단 영향을 많이 받고 유혹을 견딜 의지도 빈약하기 때문이다. 집안이 어려운 아이들은 소년원에서 나온 뒤에 마땅히 머무를 만한 데가 없어 또 범죄를 저지르고 다시 소년원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어린 청소년들을 엄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며 “그보다는 소년법에 있는 보호처분을 보완해 제대로 된 교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