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엑소더스’ 시작되나…할리 데이비슨 공장 국외 이전

입력 2018-06-26 14:30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시에서 창립 110주년 기념 이벤트를 했던 할리데이비슨 (사진=뉴시스)

미국을 대표하는 오토바이 제조사 할리 데이비슨이 유럽연합(EU)의 보복 관세를 피해 공장을 국외로 옮긴다고 밝혔다. 할리 데이비슨을 시작으로 미국 기업들의 ‘엑소더스’가 실제로 진행될 것인지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린다.

할리 데이비슨은 최근 “딜러와 소비자들에게 가격 상승분을 부담 지우면 자사 제품에 즉각적이고 지속성인 악영향이 생길 것”이라 생산시설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트위터에 “나는 열심히 싸웠고, 할리 데이비슨은 결국 EU에 관세를 내지 않게 됐다”며 “인내심을 가져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미국과의 무역에서 1510억 달러의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EU에 이어 중국도 ‘관세 보복’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국 내 일자리를 감소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이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가 제조업체들의 비용 상승 요인이 돼 자국 내 일자리에 타격을 준 사례가 이미 있다. 미주리주에 본사를 둔 금속 공구 생산 업체 ‘미드 콘티넨트 네일’은 지난주 500명의 직원 중 60명을 감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 탓에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톰 도너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5월 3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무역 정책이 260만명의 미국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 연구 결과를 인용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180만개), 중국에 대한 관세(13만4000개), 철강·알루미늄 관세(47만개), 자동차 관세(15만7000개) 등의 조치때문에 76만1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폴 라이언 미국 하원 의장은 25일 대변인을 통해 “할리 데이비슨의 결정은 무역 장벽을 높이는 것이 나쁜 판단이었다는 증거” 라며 “미국의 노동자·소비자·제조업체를 돕는 방법은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것이지 우리의 시장에 대한 장벽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손민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