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아동수당 받게 해주세요” 청원에 네티즌 ‘갑론을박’

입력 2018-06-26 14:1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오는 9월부터 매달 10만원씩 아동수당이 지급된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아동수당 제도는 아동 양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미래 세대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통해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매달 10만원이라는 돈이 큰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 6세까지 전부 모으면 7백만원이 넘는 목돈이 된다.

◆ “외국인 자녀에게도 아동수당 지급해주세요!” 청원 등장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한국에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외국인이라고 밝힌 엄마가 글을 올렸다. 그는 “외국인으로 이곳에 산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어딜 가나 외국인이란 꼬리표를 달고 온갖 편견과 비난을 받아야 할 때가 참 많다”며 “아이를 키우는 건 더 힘들다. 세금은 이 나라 국민들과 똑같이 내고 있지만 외국인이란 이유로 혜택은 아주 조금 받고 있다”고 적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그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월급은 한국 국민보다 적게 받는데 세금은 많이 내고 있다. 그렇다고 여기서 번 돈을 우리나라로 가져가는 것도 아니다”면서 “아이 둘 어린이집 보육료 월 100만원. 월세가 50만원. 남편이 막노동해서 월 300만원 벌어도 생활이 어렵다. 저도 일을 시작했지만 월 100만원도 못 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국은 외국인 혜택도 내국인이랑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선진국인 대한민국은 다소 다른 것 같다. 이 나라에 사는 동안 우리 아이들한테도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한다”면서 “내국인과 똑같은 혜택을 누리겠다는 게 아니다. 아동수당 어린이 보육료라도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한다”고 글을 마쳤다. 현재 아동수당은 부모가 외국인이어도, 국내에 거주 중인 복수국적자여도,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아동이라면 아동수당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청원자는 가족원 중에도 대한민국 국적자가 없고 자녀 역시 한국 국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의 법률 체계상 아동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기에 외국의 사례를 들어 해당 청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 양분된 반응… “황당한 청원” vs “인도주의적 배려 필요”


해당 청원글을 접한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 A씨는 “우리나라 출산장려를 위해 지급돼야 할 아동수당을 외국인이나 조선족한테까지 지급해달라고 하다니 말도 안 된다. 우리나라 경제도 어려운데 외국인까지 지원해줄 돈이 어딨나. 애초에 우리나라 국민도 아닌 사람이 저런 청원을 올릴 수 있다니 황당하다”라는 목소리를 냈다.

사진=네이버 카페 캡처

반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외국인 자녀들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네티즌 B씨는 “일본에서는 외국인 주재 아동들에게도 내국인과 똑같이 아동수당을 준다. 아이들이 자기 선택으로 일본에 사는 것이 아니니 부모와 상관없이 동등한 대접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취지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은 2010년 6월부터 아동수당법에 근거해 소득 제한은 있지만 중학교 졸업까지의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고 있다. 국적 요건이 없기 때문에 외국인이라도 부모가 일본 국내에 거주할 경우 수급자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일본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자녀가 설령 본국에 있더라도 수당을 받을 수 있다.

◆ 선진국에서는 외국인에게도 아동수당을 지급한다는 말, 사실일까?

실제로 복지 수준이 높은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는 세금을 내는 등의 일정 요건을 갖추면 외국인에게도 육아와 관련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프랑스는 육아 수당을 무려 7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그중 외국인 아이라도 자국에서 태어났다면 0~3세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 매달 ‘영아 양육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3세 생일이 되기 전까지 매달 지급된다. 또 주택비 보조금, 생활 보조금 등 각종 보조금을 저소득 외국인에게도 동등하게 지급하고 있다. 단 체류증을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들에게만 해당하며 프랑스인과 동일하게 소득신고의 의무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독일은 독일에 주소지를 두고 있거나 일정한 목적에 의해 체류하고 있는 경우 아동의 국적을 불문하고 수당을 지급한다. 또 수당을 지급하는 연령층도 높아 아동이 18세가 될 때까지 지급하고, 아동이 현재 교육을 받고 있거나 특수한 경우에는 최장 25세까지 수령할 수 있다. 아동수당뿐만 아니라 실업자 기초소득 보장,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과 같은 사회 보장 제도 역시 내국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적용된다. 이는 독일에 체류 중인 외국인 역시 온전한 사회 구성원 중 하나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웨덴에서는 16세 미만의 아동이 스웨덴에 거주하고 있다면 외국인 부모도 아동수당을 받을 자격이 있다. 아동이 16세가 되면 더 이상 받을 수 없지만,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경우라면 16세 이후에는 ‘연장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연장아동수당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급된다. 단 정신지체아동이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23세까지 받을 수 있다.

외국의 아동수당 제도는 아동 양육의 부담을 덜고 자녀가 있는 가정과 없는 가정 간의 재정적 부담을 균등하게 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목적이 있으며 모든 아동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보장한다는데 의의를 둔다. 또 아동은 아동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취지 하에 부모의 선택으로 뜻하지 않게 외국에 거주하게 된 아동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