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완의 아랍주유기> ⑴문재인 케어와 한국의료의 해외진출

입력 2018-06-26 10:55
기선완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귀국하기 전에 UAE에 진출을 원하는 한국의 병원들이 크게 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케어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한국 의료현실에 크게 절망하여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해외진출에 부쩍 관심이 많아 졌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며 큰 병으로 인한 재난적 의료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큰 틀의 정부 정책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책의 추진 시점이나 과정, 그리고 전략적 판단에는 큰 문제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권 초기에 밀어 붙여야 할 정책이 있다. 재벌과 공무원들은 정권 초기에 눈치를 본다. 이런 집단의 견제와 저항을 뚫고라도 추진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 있거나 정책적 우선순위가 높은 주요 정책은 힘이 있는 초기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옳다.

정권 초기라고 의사 전문가 집단이 공무원들처럼 정권의 눈치를 보고 알아서 기어 줄 리도 없고, 미우나고우나 일방적인 공급자이면서 해당 당사자인 의사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의료 정책을 추진할 수도 없다.

이미 사전에 의사들에겐 정부와 보건관료들을 대상으로누적된심각한 불신이 팽배해 있었고 현재 의료수가는 원가에 못 미침이 널리 알려진 확인된 사실이었다.

또한 문케어와 같은 정책이 국민들이 현재 시점에서 가장 절박하게 원하는 요구 사항도 아니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 일자리 창출, 그리고 경제민주화와 같은 시대적 소명과 요구가 절실한 국가적 과제들이 산적한 정치적 상황에서 진보정권이 10년 이상 유지되어 국가의 초석을 다시 다져야 한다는 사람들이 마치 정치를 한번만 하고 말 것처럼 국가적 우선순위가 높지도 않은 정책을 일부 건강보험 개혁 전문가들의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마치한풀이 하듯이 성급하게 추진했다.

그 결과 의사들은 극단적인 반대를 하고 있고 의사협회의 수장으로 가장 강경한 인물이 선출되었다. 쌓인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며 의료수가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국민들이 더 져야 할 부담에 대해 솔직한 이해를 구하고 당장 발생하는 재난적 의료상황의 의료비는 긴급지원과 같은 경제적 지원으로 일단 해결하되, 노인인구 증가와 출산 감소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천천히 야무지게 추진하여야 할 과제를 대통령을 앞세워 선언부터 해버렸으니 불필요한 정치적 부담만 발생하고 의사 집단을 통으로 반대 세력으로 만드는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었다.

지금처럼 역사시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일반 국민들과 진료 현장 일선에서 스킨쉽이 많은 의사들을 집단적으로 적으로 만드는 정치적 전략적 오류다. 이미 엎어진 물이고 이제라도 속도 조절과 적절한 대응을 바랄 뿐이다.

그러므로 이런 판국에 의사들을 위한 대안과 출구 전략으로서 또 한편으로 국부창출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한국의료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 의사들은 의료는 순수하게 서비스 산업이라고 생각하고 자유시장과 영리병원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그러나 공공의 노예가 자본의 노예로 사는 것보다 더 행복하고 당당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의료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외면할 수도 없다.

경험해봐야 안다. 한국 의사들은 과연 글로벌 의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언어와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국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 원리로 작동하는 영리병원 체계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필자의 판단은 지금 이 시점에서 국내 한국의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국의료의 해외진출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인천성모병원을 거쳐 가톨릭관동대학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최근 특이하게 2년 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 의료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다가 귀국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