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 없는 축구… ‘점유율’의 일본과 ‘늪’의 이란

입력 2018-06-26 10:22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세네갈을 상대로 동점골을 넣고 포효하는 일본의 혼다 케이스케. AP뉴시스

일본 ‘돌풍’… 가장 전통적인 축구로

일본은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 5개국(A조 사우디아라비아·B조 이란·C조 호주·F조 한국·H조 일본) 중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에서 받은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아시아 국가들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 2경기를 단 1패도 없이 소화했다.

일본은 대회를 불과 2개월 앞둔 지난 4월에 3년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일본 특유의 섬세한 축구와 반대되는 자신의 축구철학을 대표팀에 주입하려다 주축 선수들과 갈등이 생긴 게 이유였다.

후임으로 부임한 니시노 아키라 감독에겐 자신의 축구 철학을 담아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니시노 감독은 승부수를 두지 않았다. 전임 감독 할릴호지치가 시도했던 투박한 역습 축구에서 점유율과 섬세한 패스 플레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의 특유의 축구로 회귀했다.

그 결과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꺾으며 이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세네갈에도 밀리지 않았다. 2골씩 주고받고 무승부를 기록했다. 체력적서 우위에 있는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도 스타일의 변화 없이 자신들의 플랜A를 고수했다. 예리한 패스와 침투를 앞세워 상대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일본 축구의 팀컬러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단단한 조직력을 보여줬다.

역대 최고령 멤버라는 주변의 비아냥을 비웃기라도 하듯 혼다 케이스테와 하세베 마코토 등 베테랑 선수들은 노련미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몫을 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탈락이 확정되며 동기부여가 떨어진 폴란드를 상대로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한다. 콜롬비아-세네갈 전 결과에 따라 조 1위까지 기대할 수도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상대로 수비하는 이란 선수들. AP뉴시스

한 길만 간다… 수비 일변도의 이란

아시아 축구의 최강자로 꼽히는 이란의 수비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1063분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다. 세계 무대에서도 증명했다. 조별리그 3경기를 완주하는 동안 단 2골만 실점했다.

이란은 26일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1대 1로 무승부를 거두며 탈락을 확정했다. 하지만 내용면에선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했다.

본선 진출 32개국 중 가장 강력한 중원진을 보유했다고 평가룰 받는 스페인과 세계 최고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 역시 이란의 질식 수비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이란 선수들은 공을 거의 소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90분 내내 집중력과 체력을 잃지 않았다.

2011년에 부임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체력적인 축구를 강조하며 수비를 강력하게 만들었다. 그의 지도 아래 무려 7년이란 시간동안 완성된 이란의 수비 조직력은 더욱 정교해졌다. 수비만 강력해진 것이 아니라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역습찬스에서의 스피드 역시 더 날카로워졌다. 비록 골대 앞에서의 아쉬운 마무리와 결정력이 끝내 발목을 잡았지만 그 어떤 팀도 이란을 상대로 선제골을 승부처로 꼽을 만큼 세계 최정상급 수비력을 자랑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지루한 축구라는 일각의 조롱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디에고 코스타의 행운골로 승리를 거둔 페르난도 이에로 스페인 대표팀 감독은 “케이로스 감독은 놀랍다. 경이롭고 정말 전문적이다. 이란은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놀라운 팀”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