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여고생 DNA는 왜 용의자 차량 속 ‘낫’ 손잡이서 검출됐을까

입력 2018-06-26 09:37 수정 2018-06-26 09:42
24일 오후 전남 강진군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 등이 수습하고 있다. 뉴시스

전남 강진군 도암면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시신이 실종된 여고생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1차 부검을 진행했으나 뚜렷한 외상이 없어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여고생 A양의 유전자가 검출된 ‘낫’에서도 혈흔은 나오지 않았다.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성폭행 여부도 밝혀낼 수 없었다.

전남 강진경찰서는 국과수 유전자 감정 결과 용의자 김모(51)씨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찾아낸 낫 손잡이 부분에서 A(16)양 유전자가 검출됐다고 25일 밝혔다. 혈흔은 아니었으며 침이나 땀 같은 체액이었다. 이는 여고생이 쓰던 칫솔과 시신 DNA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용의자 트렁크에서) 낫이 나왔기 때문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실종됐던 A양과 김씨가 만난 것은 확실해진 셈이다. 경찰은 일단 A양이 김씨와 함께 수풀이 우거진 산을 오르며 이 낫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양이 약초나 열매를 채취하다 살해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보신탕집을 운영했던 김씨가 약초·열매 채취 아르바이트라고 A양을 속여 야산 정상 부근까지 유인했을 거라는 해석이다. A양이 산으로 도망가다 김씨에게 살해됐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애초 경찰은 A양과 김씨가 산을 함께 올랐을 것으로 추측했다. 다만 A양이 숨진 뒤 유기됐다면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야산 정상으로부터 50m 아래 급경사 지점이다. A양은 70㎏으로 김씨보다 2㎏이 무겁다. 게다가 김씨 차량이 야산 인근의 지석리에 머무른 시간은 2시간40여분 정도에 불과하다. 이곳부터 야산 정상까지는 성인 걸음으로 20~30분 걸린다. 따라서 김씨가 자신보다 무거운 시신을 가지고 홀로 험준한 산 정상을 왕복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라고 경찰은 추론했다.

시신은 어른 키만큼 높게 자란 덤불 속에 파묻혀 있었다. 이를 3일 전인 21일 현장에 투입된 체취견이 찾아냈다. 시신 발견 지점은 산세가 너무 험해 경찰의 초기 수색에서도 배제됐던 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은 알몸 상태였으며 머리카락도 전부 잘려있었다. A양 것으로 보이는 유류품은 립글로스가 전부였다. 김씨는 야산에서 자택으로 귀가한 뒤 A양의 옷가지로 추정되는 물품을 태웠는데, 경찰은 이에 대해서도 국과수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A양의 사인도 정밀 부검을 통해 이르면 2주 안에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양은 지난 16일 오후 2시쯤 강진 성전면에 위치한 자신의 집을 나서며 “아빠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해남 쪽으로 이동한다”는 내용의 SNS메시지를 친구에게 남겼다. 이후 오후 4시24분쯤 야산에서 A양의 휴대전화 신호가 끊겼다. 김씨는 A양이 외출한 시점과 비슷한 시간에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김씨가 귀가한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은 뒤이며 약 5시간30분 후 A양 엄마가 찾아오자 집 뒷문으로 급히 도망갔다. 다음 날인 17일 오전 6시17분쯤, 김씨는 집에서 1㎞ 정도 떨어진 공사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