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 향해 혐오 폭발… 주말 첫 反난민 시위 예고

입력 2018-06-26 00:16


이번 주 토요일(30일) 서울과 제주도에서 난민 반대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난민법 개정과 무사증입국제도 폐지 등을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3일 동안 40만여명이 참여했다. 난민을 향한 무조건적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이에 관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열리는 집회는 난민 반대를 의제로 내건 국내 시위로는 사실상 최초다. ‘일반국민’이라는 이름의 네티즌 주도로 기획된 서울 집회에는 25일까지 1000명 이상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스스로를 ‘갓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라고 소개한 이 네티즌은 지난 21일 “나의 부모님도 나의 자식도 안전한 세상에서 살길 바라는 마음 그 하나만으로 블로그를 개설하게 됐다”고 적었다. 나흘 만에 1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여러 제주도민 온라인 커뮤니티도 제주시청광장 앞에서 집회를 연다고 예고했다.

혐오에 가까운 난민 반대 목소리에 대해선 ‘터질 게 터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난민신청 건수는 2013년 난민법이 제정된 후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13년 1574명에서 지난해 9942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지난 5월까지 7737명이 신청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난민 문제에 관한 진지한 논의는 많지 않았다. 눈앞의 현실이 됐지만 외면했던 문제가 제주도 예멘 난민 논란을 계기로 뒤늦게 불거진 셈이다.

우리 사회가 방향을 잡지 못하는 사이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유럽 꼴을 보고도 정부와 언론은 온정주의를 내세우면서 난민을 수용하자고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예멘 난민’만 검색하고 있다”는 등 분노와 불안을 드러내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난민을 받은 후 스웨덴에서 성폭행이 1472% 늘었다’는 가짜 뉴스도 떠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극적·방어적 태도를 버리고 근본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뚜렷한 답을 찾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난민은 인권의 문제여서 여론에 좌지우지되기보다는 정부가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난민 혐오가 폭발적 수준이어서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난민에게 무료법률지원을 제공해온 이탁건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도 “난민에 대한 국내 여론과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의 책임이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공론화에 나서서 난민 수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