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중서부 나이지리아에서 토지 이용 방식을 두고 마찰을 빚어온 농경부족과 유목부족 간 학살극이 벌어졌다. 사흘간 숨진 사람만 91명에 이른다.
나이지리아 중부 플래토 주에서 농업을 하는 베롬족 주민 86명이 숨졌다고 24일(현지시간) BBC 등이 현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23일 베롬족 주민이 모여 사는 바리킨 라디 지역의 마을이 습격당했다. 뒤늦게 현장을 찾은 경찰은 마을을 수색해 사망자 86명과 부상자 6명을 확인했다. 가옥 50여 채가 불에 타고 거리에 차와 오토바이도 파괴됐다.
현지 경찰은 마을을 습격한 것이 아프리카 전역을 돌아다니며 유목 생활을 하는 폴라니 족이라고 밝혔다. 두 부족은 보복 폭력을 주고받는 중이다. 지난 21일에는 거꾸로 베롬족이 폴라니족을 습격해 5명을 살해했다. 사흘 동안 두 부족에서만 91명이 사망했다.
두 부족은 생계기반인 플래토 고원지대를 목초지로 활용할 것인가 농지로 활용할 것인가를 두고 오랫동안 마찰을 빚으며 보복 폭력을 주고받았다. 이 분쟁은 종교 문제와도 연결돼 격화되는 모양새다. 폴라니 족은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고 베롬족은 기독교를 믿는다. 나이지리아를 오랫동안 괴롭힌 두 종교 간 내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종교와 인종, 정치 등의 차이로 점차 잔혹해진 분쟁에 지난해에만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다.
플래토 주 당국은 분쟁이 확대되기 전에 조기에 종식시킨다는 방침이다. 플래토 주 관계자는 “법질서 붕괴를 막기 위해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근지역 통행을 금지시키겠다”고 밝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