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사퇴하라” 한국당 중진의원 성명에… 나경원, SNS로 입장 발표

입력 2018-06-25 13:38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4선 이상 중진의원들과의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향해 “치열한 당내 토론부터 시작하라”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 원내대표는 독단적이고 편향적인 결정으로 시빗거리를 만들 것이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당내 의견수렴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나 의원은 먼저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열렸던 2번의 한국당 의원총회에 대해 비난의 날을 세웠다. 나 의원은 “(총회의) 내용은 참담하다”면서 “첫 번째 총회에서는 의원들 간의 토론도 없이 반성 퍼포먼스만 서둘러 하려다가 이의제기를 받더니 사전 고지나 논의도 없이 무릎꿇는 퍼포먼스를 강행해 빈축만 샀다”고 일갈했다. 이어 “두 번째 총회에서는 박성중 의원의 메모를 이유로 김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에 대한 치열한 계파싸움만 했다. 그사이 김 원내대표는 조기 전당대회 반대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결정, 당 해체 쇄신안 발표, 비대위 준비위원회 구성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준비위원회를 정식 출범하고 인천시장을 지낸 3선 안상수 의원을 준비위원장에 임명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외부인사뿐만 아니라 우리 당 소속 초선·재선·삼선 국회의원, 원외 당협위원장까지 모두 아울렀다”고 설명했다. 나 의원은 이에 “전지전능한 구세주 비대위원장 영입은 또 하나의 허상이고 책임회피에 불과하다”며 “박관용 전 의장의 말씀대로 우리가 잘못해 놓고 뒷정리는 다른 사람이 해 달라고 책임을 미루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나 의원은 또 “비대위 준비위는 더 이해할 수 없는 기구”라면서 “준비위에서 비대위의 활동 기간, 역할 범위를 논하고 비대위원장을 추대하겠다는 것인데 그들에게 이런 권한을 누가 줄 수 있단 말인가”라고 역설했다. 당 해체 쇄신안에 대해서는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이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발표할 사안은 아니었다”고 지적한 뒤 “권한대행에게는 비대위 구성 및 전당대회 준비 권한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결국 지금까지 제시된 해법은 민주주의 실종으로 당이 나락에 빠진 것을 망각한 채 다시 그 길을 가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제 더는 시간이 없다. 우리 당 의원 모두 지금부터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치열한 반성과 토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본인의 거취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것을 시작으로 당내 토론부터 치열하게 할 수 있는 장을 만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앞서 한국당 중진의원 5명은 나 의원 글이 게시되기 몇 시간 전 공동 성명을 내고 “폭망한 공동선대위원장이 국민에 대해 느껴야 할 최소한의 염치”라며 김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5명은 친박(친박근혜)계 정우택·홍문종·유기준·이주영 의원과 비박(비박근혜)계 심재철 국회 부의장 등이다. 이들은 “선거에서 패하면 책임을 지는 것은 정당정치의 당연한 일”이라며 “그런데도 공동 선대위원장이었던 김 원내대표는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듯 행동하고 있어 또다시 민심을 배반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들 중진의원은 성명 공개 전날인 24일 만찬을 갖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은 같이 논의하고 공감했으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