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키타카의 종말? 역습에 눈물 흘리는 ‘점유율 축구’

입력 2018-06-25 10:04 수정 2018-06-25 10:11
AP뉴시스

‘카운터 앤 스트라이크’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대회는 중앙에서 빌드업 과정을 거쳐 주도권을 잡는 점유율 축구, 수비를 공격으로 전환할 때 빠른 속도로 한방을 노리는 역습 축구의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역습 축구가 우세했다.

스페인식 짧은 패스플레이를 뜻하는 ‘티키타카’(tiqui-taca)의 종말처럼 느껴질 만큼 유기적인 패스를 주고받는 점유율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대체로 승점을 얻지 못했다. 점유율 축구에 대한 면역력이 강화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강한 압박 수비에 고전하는 팀들에선 전진 드리블을 전개하지 못하고 횡드리블을 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들을 괴롭히며 이변을 일으킨 팀들은 철저하게 역습 축구를 구사했다. 신장이 높은 선수들을 수비에 배치해 제공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라인을 유지하고, 동시에 발 빠른 공격수들을 전방에 배치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역습으로 측면을 공략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맨투맨 수비를 펼치는 ‘스위퍼 시스템’이 있었다. 최근에는 센터백이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 공격을 지연시켜 횡단으로 라인을 구축해 유지하는 형태로 경기를 풀어간다.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전방에 위치한 공격수들까지 소속팀 진영 패널티박스 근처로 내려와 수비에 가담해 밀도를 높인다. 점유율 축구에서 침투를 당할 수 있는 공간을 가능한 제한하겠다는 의도다.

신화뉴시스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의 지난 16일 D조 1차전은 ‘카운터 앤 스트라이크’ 전술이 진가를 발휘한 경기였다. 아이슬란드는 최후방 수비의 롱볼 패스로 높은 신장을 이용해 공격을 풀어나갔다. 평균 신장의 차이가 많이 난다는 점을 이용해 제공권 싸움에서 승부를 보려는 계산이었다.

4-5-1 포메이션으로 나온 아이슬란드는 선수 간 커버 플레이로 아르헨티나의 공간을 압박하며 2대 8로 밀리는 점유율을 극복했다.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아이슬란드의 견고한 조직력이 돋보였다.

F조 1차전에서 독일을 잡은 멕시코도 마찬가지였다. 라인을 끌어올린 독일을 상대하면서 역습을 대비해 카를로스 벨라, 치차리토가 전방에 나가고 나머지 선수들은 라인을 유지하며 수비했다. 독일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 메수트 외질을 강하게 압박하여 중원 빌드업 과정을 방해해 공격의 물꼬를 측면으로 틀었다.

중앙을 튼튼히 잡은 상황에서 사이드전환을 빠르게 해 측면공격을 하겠다는 멕시코의 맞춤 전술이었다. 발 빠른 공격수들을 앞세운 멕시코의 순간적인 역습에 독일 선수들은 수비라인을 어느 지점에 형성해야 할지 애를 먹었다. 결국 전반 35분 멕시코 공격수 이르빙 로자노의 선제 결승골로 무너지고 말았다.

브라질에 맞선 스위스, 모로코를 압박한 이란, 페루를 상대한 덴마크도 실리를 추구하는 역습 축구로 승점을 얻어냈다. 역습 축구는 러시아월드컵의 초반 흐름을 주도하며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형태 역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수비벽은 더 두터워지고 속도는 더 빨라져 훨씬 정교해진 모습이다.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이 어떤 식으로 밀집 수비를 붕괴시킬지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