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H조는 혼란에 빠졌다. 톱시드 국가인 폴란드는 가장 먼저 탈락했고, 최약체로 평가됐던 일본이 뜻밖의 선전으로 세네갈과 함께 공동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6강 진출을 낙관했던 콜롬비아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판세는 혼돈 그 자체다.
H조 판세를 혼탁하게 만든 주인공은 일본이다. 일본은 25일(한국시간) 오전 0시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세네갈과 2대 2로 비겼다. 달아나는 세네갈을 끈기 있게 뒤쫓아 기어이 승점 1점을 확보했다. 1차전이 열린 지난 19일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는 콜롬비아를 2대 1로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일본은 지금 1승1무(승점 4·골 +1)로 전적·득실점이 같은 세네갈과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당초 H조 최약체로 평가됐지만 남미·아프리카의 강자들을 상대로 2골씩 넣는 화력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짜임새 있는 패스와 훈련된 세트플레이,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에 성공하는 집중력 중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일본 선수단의 평균 연령은 28.17세. 지금까지의 대표팀 전력 중 최고령이다. ‘사무라이 재팬’ 대신 ‘아저씨 재팬’이라는 조롱도 당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아시아 최강 수준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 미드필더 혼다 게이스케(파추카)는 세네갈에 1-2로 뒤진 후반 33분 동점골을 넣어 아시아 선수의 월드컵 최다 득점(4골)을 기록했다.
폴란드는 일본과 반대의 상황에 놓였다. H조 최강으로 평가됐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졸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날 오전 3시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H조 다른 2차전에서 콜롬비아에 0대 3으로 완패하고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했다. 중간 전적은 2패(승점 0·골 -4). 뚜겅을 열고 보니 H조 최약체는 폴란드였던 셈이다.
폴란드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8위. 유럽 6위에 해당한다. 덴마크·루마니아 등과 경쟁한 월드컵 유럽 예선 E조에서 8승1무1패를 기록해 1위를 차지하고 본선으로 직행했다. 높은 FIFA 랭킹 덕에 독일, 브라질,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벨기에, 프랑스, 개최국 러시아와 함께 톱시드로 분류됐다. 하지만 톱시드 8개국 중 가장 먼저 탈락해 망신을 당했다.
폴란드는 오는 28일 밤 11시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일본과 갖는 H조 3차전을 통해 자존심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를 갖는다. 2017-2018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득점왕(29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이 경기에서 첫 골에 도전한다. 폴란드가 승리할 경우 승승장구하던 일본에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다.
이 경우에서 콜롬비아는 같은 시간 사마라 아레나에서 세네갈과 대결하는 H조 다른 3차전을 무승부로만 끝내도 16강으로 진출할 수 있다. 세네갈은 1승2무(승점 5)로 1위, 콜롬비아는 1승1무1패(승점 4)에서 승점이 같은 일본을 골 득실차로 따돌릴 수 있다. 콜롬비아의 현재 골 득실차는 +2골로 일본보다 앞서고 있다.
다만 일본은 폴란드와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서 일본은 승점을 최소 5점, 많게는 7점으로 만들 수 있다. 세네갈과 콜롬비아 중 패자보다 어떤 경우에서든 승점에서 앞서게 된다. 세네갈과 콜롬비아가 비기는 경우에서 일본은 득점 상황에 따라 H조 1위에 오를 수도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