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더 무서운 미세먼지, 창문 닫기·마스크… “쪄죽는다”

입력 2018-06-25 08:13

이달 들어 절반 이상이 ‘나쁨’

야외활동 많은 유치원 속타고 교통경찰·환경미화원도 마스크 착용 포기 상태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여름 더위에 계절을 가리지 않는 초미세먼지까지 겹치며 시민들이 시름하고 있다. 전국 대부분 내륙지방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24일 서울 등 수도권과 충남 광주 전북 부산 울산 지역에는 초미세먼지도 ‘나쁨’ 수준을 보였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로 업무시간 대부분을 거리에서 지내야 하는 교통경찰이나 환경미화원에게 마스크를 쓰라는 정부의 권고는 무용지물이 됐다.

서울의 한 교통안전계 이모(48) 경위는 “정부에서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지급해 주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여름엔 착용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 경위는 얇은 황사마스크를 쓰다가 그마저도 금세 벗었다. 그는 “미세먼지 성분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민감해지는 건 사실”이라며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숲공원 청소를 담당하는 김모(61)씨는 여름은 물론 봄철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마스크가 제공 돼도 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햇볕은 피해서 다니면 되는데 공기는 피할 수가 없다”며 “사실상 포기 상태”라고 했다. 김씨는 마스크 대신 햇빛가림용 천으로 얼굴만 감싼 채 공원을 청소했다.

외부활동이 잦은 여름철이어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낸 학부모의 근심은 더 크다. 인터넷 맘카페에는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거주하는 양모(38·여)씨는 “아이가 최근 신체활동이 부쩍 많아졌는데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인 날이 많아 바깥에 나가기 꺼려진다”며 “실내 활동을 위해 아이를 보낼 만한 태권도장을 알아봤다”고 말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시민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대학생 신모(21)씨는 “봄철에는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더워지니까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한모(47)씨는 “미세먼지 탓에 더워도 실내에 있으면 창문을 열지 못한다”고 했다.

실제 초여름 초미세먼지는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3일까지 전국에서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보통’(16∼35㎍/㎥)으로 나타난 날은 열흘에 불과했다. ‘좋음’(0∼15㎍/㎥)은 하루도 없었다. 6월 들어 절반 이상 초미세먼지가 ‘나쁨’(36∼75㎍/㎥) 수준이었던 셈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국은 여름철에 이동성 고기압 영향을 받아 대기가 정체되기도 하고 풀리기도 한다”며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 농도도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3월부터 환경부가 미세먼지 농도 기준을 강화하면서 나쁨 수준이 많아졌다. 미세먼지가 올여름 들어 갑자기 높아진 건 아니다”고 했다.

한편 26∼28일에는 전국에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26일 서울과 경기북부에 시간당 최고 20㎜의 비가 내리고 27일에는 충청도와 남부지방에 시간당 최고 30㎜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상은 조민아 기자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