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의 ‘돌풍’ 16강 유력 … 한국과는 달랐다

입력 2018-06-25 07:32 수정 2018-06-25 10:43

일본이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월드컵 H조 조별 리그 2차전에서 세네갈과 치열한 혈투 끝에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앞서 콜롬비아에 승리한데 힘입어 승점 4점으로 세네갈과 함께 조 공동 선두다.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이미 탈락이 확정돼 동기부여가 떨어져있는 폴란드를 상대로 최종전서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을 확정 한다. 콜롬비아-세네갈전 결과에 따라 조 1위로도 올라설 수 있다.

일본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8년만에 조별예선 통과다. 또한 아시아국가 최초 16강 토너먼트에 3회 출전한 국가로 기록된다. 아시아 국가의 마지막 월드컵 16강 진출도 8년 전 남아공 대회였다.

일본은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한국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이 일본이 한국을 처음으로 추월하는 대회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 언더독의 반란, 일본과 세네갈의 선전

본선 경기를 앞두고 일본의 선전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일본은 피파랭킹 61위로 최약체로 평가되며 조별예선에서 1승을 거두기조차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일본은 대회를 불과 2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지난 4월, 3년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경질하고 니시노 아키라 감독에게 사령탑을 맡겼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일본 특유의 섬세한 축구와 반대되는 자신의 축구철학을 대표팀에 주입하려다가 주축 선수들과 갈등이 생긴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일본은 아시아 5개국(A조 사우디아라비아, B조 이란, C조 호주, F조 한국, H조 일본)의 조별리그 1~2차전서 받은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아시아 국가들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 2경기를 치르면서 패배를 기록하지 않았다.

당초 H조는 객관적인 전력상 지난 브라질 대회 득점왕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앞세운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와 톱시드 폴란드의 진출이 유력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콜롬비아는 지난 대회에서 4대1로 대파한 일본에 1대2 패배를 당한데 이어 폴란드는 세네갈에 0대2 완패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폴란드는 톱시드 중 가장 먼저 탈락을 확정하는 굴욕까지 겪었다.


◆ ‘트릭’ 따윈 없는 자신들의 축구, 한국과 대조적…

일본은 월드컵 개막을 두달 앞두고 할릴호비치 감독을 과감하게 경질했다. 이후 일본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인 베테랑 지도자 니시노 감독을 선임했다. 부족한 시간적 여유로 새로운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일본은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강한 압박을 하는 자신들의 본래 축구를 고수하는 것으로 그러한 일각의 우려를 완벽하게 씻어버렸다. 점유율을 가져가는 짧은 패스로 상대를 흔들었고 실점을 해도 계속해서 따라붙는 저력과 투지를 보여줬다. 역대 최고령 멤버로 구성됐다는 비아냥과 달리 카가와 신지와 혼다 케이스케 등 베테랑 선수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몫을 다해줬다.

일본은 콜롬비아전에 이어 세네갈전에서도 또다시 다시 4-2-3-1 포메이션을 택했다. 피지컬적인 부분에서 우위를 가지는 아프리카팀을 상대로도 스타일의 변화 없이 자신들의 가장 잘하는 축구를 했다. 예리한 패스와 침투를 앞세워 상대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일본 축구의 팀컬러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단단한 조직력을 보여줬다.

앞서 콜롬비아전에서 또한 짧은 패스로 공을 오래 소유하며 상대의 체력을 고갈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카를로스 산체스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된 이점을 고스란히 살렸다. 정상급 공격수인 라다멜 팔카오와 하메스 로드리게스 역시 일본의 조직력 앞에 꽁꽁 묶이며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박지성 SBS해설위원은 큰 기복이 없는 것을 일본의 선전 이유이자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또한 “기복이 심한 한국과 대조적인 모습”이라며 대표팀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이렇듯 일본은 변화를 꾀하는 도박적인 승부수나 ‘트릭’을 노리는 대신, 자신들의 가장 잘하는 플랜A로 승부를 걸어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쳤다. 점유율과 섬세한 패스 플레이를 중시하는 일본다운 축구를 강조하는 것으로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