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여고생 사건, 공범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시신 발견 지점’ 때문

입력 2018-06-25 07:28 수정 2018-06-25 08:26
24일 오후 전남 강진군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이날 경찰 등이 검시하기 위해 시신을 장례식장에 안치하고 있다. 이 여고생은 지난 16일 오후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아버지 친구와 해남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문자를 남긴 뒤 실종됐다. 뉴시스

경찰이 ‘전남 강진 여고생 실종 사건’에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실종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험준한 산 정상 부근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유력 용의자였던 ‘아빠 친구’가 야산이 있는 마을에 머무른 시간을 감안했을 때 혼자서 시신을 옮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시신은 24일 오후 2시53분쯤 강진 도암면 지석리 인근 매봉산 정상부 부근 비탈진 숲에서 알몸 상태로 경찰 체취견에 의해 발견됐다. 정확한 발견 지점은 정상을 넘어 50m 정도 내려와야 하는 곳이다. 정상은 오르막 경사가 70~80도 정도에 달하고 내리막길도 매우 험하다.

용의자 김모(51)씨는 실종 여고생인 A(16)양의 휴대전화 발신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16일 오후 지석리에 드나든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의 차량은 매봉산 밑 농로에 2시간40여분 정도 머물렀다. 시신이 발견된 지점에서 산길로 1㎞ 정도 떨어진 곳이다. 경찰에 따르면 성인 걸음으로 20~30분 정도가 걸린다.

숨진 A양의 몸무게는 김씨보다 2㎏이 더 나간다. 시신 발견 지점이 수풀로 우거져 있고, 산길이 매우 험준한 것까지 고려하면 김씨 혼자서 살해와 유기를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경찰은 김씨와 A양이 함께 걸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A양이 숨진 뒤 옮겨졌다면 공범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지석리에서 태어나 주변 지리에 밝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석리는 김씨 자택과 12㎞ 정도 떨어져 있다. 김씨는 야산에서 귀가한 뒤 옷가지에 휘발유를 부어 태우고 자신의 검은색 에쿠스 차량 내부를 세차했다. 경찰은 이때 태운 옷가지가 A양의 것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A양은 지난 16일 오후 2시쯤 강진 성전면에 위치한 자신의 집을 나서며 친구에게 “아빠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해남 쪽으로 이동한다”는 내용의 SNS메시지를 남겼다. 이후 오후 4시24분쯤 매봉산에서 A양의 휴대전화 신호가 끊겼다.

김씨는 A양이 외출한 시점과 비슷한 시간에 자신의 차를 몰고 나갔다. A양이 집을 나설 당시 600m 떨어진 곳에 김씨의 승용차가 서 있는 모습이 인근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11시쯤 A양 엄마가 집으로 찾아오자 뒷문으로 급히 도망갔다. 다음 날인 17일 오전 6시17분쯤, 김씨는 집에서 1㎞ 정도 떨어진 공사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라진 A양을 찾기 위해 9일째 매봉산 일대를 집중적으로 수색해왔다. 헬기 2대, 체취견, 드론, 소방 특수수색대 등 600여명이 수색에 동원됐다. 발견된 시신은 부패 상태가 심해 육안으로 신원 확인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과 유전자(DNA) 검사를 의뢰해 정확한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