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 대표팀과 멕시코의 조별리그 2차전이 치러진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현수를 국대에서 영구제명 시켜달라’ ‘장현수 군 면제 취소, 손흥민 군 면제’ ‘장현수 승부 조작 조사해주세요’ 등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페널티킥 판정에 빌미를 준 중앙 수비수 장현수(FC 도쿄)를 비난하는 글이 수백 건에 달한 것이다.
이날 장현수 선수는 다소 성급한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해 넘어지는 과정에서 팔에 볼이 맞았다. 장 선수의 실책이 골로 이어지자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등 비판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기준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 등록된 장현수 선수 관련 청원글은 무려 200개를 넘어섰다. 분위기가 과열되자 한 청원인은 “청원에 책임감이 없다”며 대표팀 선수 구성까지 청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청원을 따로 올리기도 했다.
최근 청와대 게시판은 특정인에 대한 사형을 요청하는 등 무분별한 청원으로 인해 네티즌의 ‘놀이터’가 됐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 청원 책임자인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은 “국민 청원 게시판이 국민의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장난스럽고 비현실적인 제안도 가능하다. 국민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그 과정에서 공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가 국민청원 게시판을 만들어놨으면 취지에 부합하도록 관리해야 하는데, 혐오 표현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서는 국민청원이 가진 순기능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실명제와 민원 신청료 등 최소한의 거름망을 도입하자는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