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엔 탈락했지만”…월드컵에서 존재감 넘치는 중국

입력 2018-06-25 05:01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존재감이 단연 최고인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경기장에는 한자로 된 광고가 유독 눈에 띈다. 몽골 소라는 뜻의 ‘몽우(蒙牛)’는 몽골이 아니라 중국의 유제품 기업 멍니우(Mengniu)이다. 이제는 글로벌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성장한 완다그룹(万達集團)도 러시아 축구장에 등장한다.

영문으로 광고하는 하이센스(Hisense)나 비보(vivo)도 중국 기업이다.

24일 니케이스타일에 따르면 이들 4개 중국 기업이 러시아월드컵에서 지출하는 광고비는 약 9000억원에 이른다. 중국 축구국가대표팀은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중국의 4개 기업은 월드컵 기간 전세계를 무대로 자신을 알리기 위해 월드컵 광고비 지출 1위 국가에 올랐다.

월드컵대회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기업은 FIFA와 후원계약을 해야 한다. FIFA 활동 전반을 지원하는 ‘FIFA파트너’는 7개 기업, 월드컵 대회를 지원하는 ‘FIFA 월드컵 스폰서’는 5개 기업이다. 이들 12개 기업 중 4곳이 중국 기업이다. 한국은 현대기아차가 FIFA파트너로 있을 뿐이다.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중국 기업이 1곳 뿐이었다.

FIFA파트너 기업인 완다그룹은 전세계에 1만7000여개의 스크린을 가진 영화관 체인을 바탕으로 백화점 축구팀 호텔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해외에 널리 알려졌다. 최근에는 중국 당국이 차입 의존 경영을 문제시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한 경영개선을 추진중이다.

내몽골 지역 축산업을 기반으로 한 우유 아이스크림 치즈 요규르트 등 유제품으로 현대화되는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멍니우는 월드컵을 계기로 중국을 너머 세계적인 브랜드로 등극하기를 꿈꾸고 있다. 중국 최대의 식품수출 기업에 인수합병되면서 사업다각화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가전업체인 하이센스와 스마트폰과 영상기기 업체 비보도 세계를 상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하이센스는 도시바의 TV사업을 인수했고, 비보는 중국 젊은이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동남아를 넘어 러시아와 유럽 등 선진국 진출을 위해 월드컵에 배팅했다.

이들 중국 기업이 월드컵 기간 중에 쏟아 부을 광고비는 2위인 미국의 2배에 이른다고 한다. 이 밖에 중국 내에서 월드컵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내셔널서포터에도 중국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축구 발전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2050년 월드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그 길은 멀지만 적어도 마케팅과 돈 씀씀이에서는 이미 중국이 우승컵을 거머 쥔 셈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