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빈소에 MB 조화는 왔는데…보이지 않는 ‘박근혜 조화’

입력 2018-06-24 15:18 수정 2018-06-24 15:36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2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 박영옥씨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김 전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김종필 전 국무총리 별세 이튿날인 24일에도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보이지 않았다. 김 전 총리의 부인 고 박영옥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형 박상희씨의 딸로, 김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촌 형부’다. 때문에 집안사람이면서도 정치적 행보가 엇갈렸던 두 사람의 ‘애증관계’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김 전 총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혈연으로 맺어진 사이지만 정치적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미국에서 귀국한 김 전 총리가 1987년 ‘박정희 대통령 유업계승’을 내세우며 창당한 신민주공화당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참여하지 않았다. 1995년 김 전 총리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창당하고, 이듬해 총선에서 경북 구미 출마를 권유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마저도 거절했다. 그러다 1997년 김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DJP연합’을 통해 헌정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 한 축을 담당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틀어진 것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라는 게 중론이다. ‘사실상 대선’이라 불렸던 경선에서 충청권 맹주였던 김 전 총리의 의중은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중요 변수로 평가됐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당시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선언을 하지 않다가 대선이 임박한 그해 12월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2012년 대선 당시 김 전 총리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면서 관계가 개선되는 듯 했다. 2015년 2월 박영옥씨가 별세했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지만 두 사람의 오랜 앙금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 김 전 총리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서 내려오라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고집쟁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부인 서향희 변호사가 24일 오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빈소를 떠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구속수감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김 전 총리 빈소에 조화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총리는 박영옥씨 빈소를 찾은 이 전 대통령에게 “정치는 잘하면 국민이 그 열매를 따먹지만 정치인 본인에게는 허업이다”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게 정치인의 희생정신이지 정치인이 열매를 따먹겠다면 교도소밖에 갈 데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