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의 고집? ‘김앤장’, 독일전에도 출전할까

입력 2018-06-24 14:27
김민우와 장현수의 모습_뉴시스

‘김앤장(김민우와 장현수)’은 독일전에도 출전할까.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차전인 멕시코전에서 패배하며 사실상 월드컵 조별예선 탈락을 앞두고 있다. 1차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0-1로 진 한국은 2연패로 승점을 따내는 데 실패하며 조별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 실점은 언제나 그들과 함께 한다

이제는 익숙하다. 실점 장면에는 언제나 김민우와 장현수 듀오가 있다. 스웨덴전에서는 김민우가 조현우 골키퍼가 펀칭한 공을 패널티 박스 안에서 무리하게 태클하다 패널티킥을 내줬다. 장현수는 스웨덴전에서 경기 내내 불안함을 안기며 팬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했다. 수비의 기본인 라인컨트롤, 대인 마크, 태클, 걷어 내기 등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유일한 수비의 버팀목은 사실상 김영권이었다. 김영권은 월드컵 지역 예선부터 장현수와 함께 수비불안을 노출하며 ‘김앤장(김영권과 장현수)’으로 불리며 팬들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김영권은 수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며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반면 장현수는 김민우와 새로운 듀오를 결성하며 여전한 수비약점을 드러냈다. 결국 멕시코전에서 사고가 터졌다. 장현수는 멕시코전에서 2실점 하는 장면에 모두 태클을 시도했다. 한 번은 핸들링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했고, 다른 한 번은 상대 공격수에게 완벽하게 속아 멕시코에 1대 1 찬스를 제공했다. 결국 멕시코의 슈팅은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실점장면에는 김민우도 있었다. 멕시코는 역습찬스에서 김민우가 위치한 왼 측면을 노렸다. 멕시코는 롱패스를 시도했다. 그러나 패스가 짧아 김민우가 충분히 잡을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김민우는 긴장한 듯 볼을 그대로 흘려버리고 말았다. 이 볼은 나비효과가 됐다. 멕시코는 다시 한 번 측면을 가로 질러 넘어온 공을 미겔 라윤이 왼 측면에서 지체 없이 대각 슛을 때렸다. 장현수가 몸을 던져 태클을 시도했다. 슛은 장현수의 치켜든 팔에 맞았고 주심은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조차 확인하는 일 없이 그래도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과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김민우와 장현수를 두고 “전반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태클을 할 타이밍에 해야 하는데 태클하지 말아야 하는 타이밍에 태클하고 있다” “소속팀에 돌아가서 크로스 연습을 꼭 해야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_뉴시스

◆ 신태용 감독의 일관성? 고집?

사실 수비불안은 이미 예견됐다. 장현수와 김민우는 월드컵 지역예선과 평가전에서 잦은 실수 등으로 지적 받던 선수들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장현수와 김민우를 꾸준히 중용했다. 신태용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도 “수비조직력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이들을 보호했다. 멕시코전 후에도 똑같은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신태용 감독은 “사실 수비는 조직력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혹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상대가 우리보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수비 라인도 그날 컨디션에 따라 바꿀 수 있지만, 상대가 우리보다 실력이 더 나은 팀이다 보니까 더 조직력으로 상대에 대응해야 했다. 그래서 함부로 수비 조직 건드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신태용 감독에게 김민우와 장현수는 수비조직력에서 필수적인 선수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팬들은 “공격은 괜찮은데 수비가 안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죽했으면 팬들은 “장현수와 김민우가 축구협회와의 ‘학연’ 때문에 선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 장현수와 김민우는 연세대학교 출신인데, 김호곤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장이 연세대학교 출신이라는 논리였다. 김 전 위원장의 경우 벌써부터 ‘히딩크 파문’이 재논란 되며 회자되고 있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장현수와 김민우가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서 흔들렸던 것을 감안하면, 신태용 감독은 정승현, 윤영선, 오반석과 같은 카드를 최소한 시험은 해볼 수 있었다. 문제는 평가전,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도 새로운 선수들을 시험해보지 않았기에 월드컵이라는 실전 무대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쓰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장현수의 경우 신태용 체제에서 수비선수 중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시간조차 없었다.

독일전 ‘유종의 미’를 위해

장현수는 멕시코전 경기가 끝난 후 별도의 통로로 경기장을 떠났다. 선수 보호 차원의 이유였다. 장현수를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위해서라도 장현수는 독일전에 출전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상 월드컵 조별예선 탈락을 앞둔 이상, 신태용 감독이 그토록 강조했던 수비조직력을 새로운 선수들로 실험해 볼 필요가 있다. 상대가 독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실 실험은 평가전이나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했어야 했다. 월드컵 직전 김민재의 부상이 변수로 작용했고, 스웨덴전에서 박주호의 갑작스런 이탈이 영향을 미쳤지만 한국 대표팀의 수비수는 새로운 얼굴이 없었다. 팬들이 말하는 대로 ‘감독과 축구협회가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려는 의지도, 실험도 없었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는 이유다. 독일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재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