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월드컵 공동개최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월드컵 남북 공동개최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을 청와대가 24일 공개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축구연맹은 2030년 남북한과 중국,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주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애초에는 북한을 제외한 3개국 공동개최 방안이었지만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사상 초유의 4자 공동주최 월드컵으로 프로젝트를 확장했다.
월드컵 공동개최는 2002년 한국과 일본이 처음으로 성공했다.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열린 FIFA 총회에서는 2026년 월드컵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개국에서 함께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 월드컵이 아시아 국가인 카타르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다시 아시아가 월드컵을 개최하려면 아메리카대륙과 유럽이 한번씩 개최한 뒤인 2034년에나 가능하다.
2030년 월드컵은 FIFA월드컵 100주년이 되는 특별한 대회다. 1회 월드컵을 개최한 우르과이가 파나마 아르헨티나와 공동개최를 위해 뛰고 있다.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시아가 공동개최한다면 축구로 세계인을 하나로 묶는다는 FIFA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인판티노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동북아 월드컵 개최를 희망하다고 천명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도 남북한과 중국 일본의 월드컵 공동개최를 제안한 바 있다.
당시 인판티노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현실적 어려움이 있겠지만 믿음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이웃 나라들이 함께 월드컵을 개최할 수 있다면 동북아 평화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례적인 답변이기는 하지만, 당시만해도 북한이 공동개최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1년 사이에 상황은 바뀌었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한 판문점 프로세스가 시작됐고 한반도의 평화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3일 한국과 멕시코전이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경기장에서 인판티노 회장을 다시 만나 “회장님을 처음 만나 월드컵 남북 공동 개최를 말했는데 그게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판티노 회장도 “대통령님이 남북 공동 개최를 말씀하신 게 불과 1년 전이다. 그때만 해도 실감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아주 많은 일을 해냈다”고 상황이 달라졌다고 공감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대통령님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며 “한국을 곧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2026년부터 바뀌는 월드컵 본선 개최방식도 공동개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북미에서 열릴 2026년 월드컵부터는 본선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고 본선 경기도 기존 64경기에서 80경기로 늘어난다. 32일간의 월드컵 개최 기간 동안 매일 3게임씩 열려야하는 수준이어서 한 나라가 감당하기에는 벅찰 수 있다.
가능성은 좀 더 높아졌지만 아직 상황이 녹녹치 않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는 방안에 아직은 부정적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축구협회에 공동개최와 관련한 계획이 없다고 보도했고, 일본 역시 2002년 공동개최로 손해를 봤다고 판단하면서 2050년 단독 개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역시 아직 공동개최에 공식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니다. 정몽규 회장은 2030년에 대회유치가 어려우면 2034년도 가능하다며 “9월이나 10월에 (중국 일본 등과) 함께 토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2034년 월드컵 유치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고 언급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