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사선에서 기사회생했다. 독일이 경기 종료를 앞두고 스웨덴에 극적으로 역전승하면서다.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하지만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조별리그 3차전에 임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24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멕시코에 1대 2로 석패했다. 전반 26분 카를로스 벨라에게 선제골, 후반 21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0-2로 벌어진 후반 추가시간 3분 손흥민의 만회골로 겨우 영패를 면했다.
한국의 운명은 오전 3시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이어진 F조 다른 2차전으로 넘어갔다. 이 경기에서 독일이 스웨덴에 이겨야 한국은 16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스웨덴이 이기거나 비기면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할 운명이었다.
독일은 이 경기에서 전반 32분 스웨덴 공격수 올라 토이보넨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은 뒤 좀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독일 역시 패배하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탈락이 확정됐다.
하지만 후반 3분 공격수 마르코 로이스의 동점골에 이어 후반 추가시간 5분 공격수 토니 크로스의 역전 결승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심판이 부여한 추가시간은 5분. 크로스는 종료를 10여초 앞두고 스웨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 때 좁은 각도를 뚫고 골문 안으로 공을 때려 넣었다.
F조에서는 어느 나라도 16강 진출, 또는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하지 않았다. 멕시코는 2승(승점 6‧골득실 +2)으로 1위, 한국은 2패(승점 0‧골득실 -2)로 4위다. 독일은 스웨덴과 전적(1승1패‧승점 3)과 득실점(2득점 2실점‧골득실 0)에서 모두 같아졌지만 상대 전적에서 앞서 2위가 됐다. 스웨덴은 3위다.
한국은 비록 조기 탈락을 면했지만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기적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져야 한다. 한국은 오는 27일 밤 11시 카잔 아레나에서 독일을 이기고, 같은 시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스웨덴과 대결하는 멕시코의 승전보를 기다려야 한다.
이 경우에서 멕시코는 3승으로 F조 1위를 차지한다. 한국·독일·스웨덴은 모두 1승2패를 기록하고, 골 득실차를 통해 2위를 가리게 된다. 한국은 독일을 2골 이상의 차이로 이기면 16강으로 진출할 수 있다. 1골 차 승리로는 골 득실차를 극복할 수 없다.
독일은 16강 진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전에서 승리를 헌납할 만큼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수치상으로만 존재할 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스웨덴과 비기기만 해도 1위를 확정하는 멕시코가 3전 전승을 목표로 삼고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