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멕시코에 1대 2패... 16강 진출 실낱 같은 희망

입력 2018-06-24 05:14
손흥민이 24일(한국시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대 2로 패한 뒤 황희찬을 위로하고 있다. AP뉴시스


한국 축구가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에게도 패해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연패에 빠졌다. 하지만 독일이 스웨덴을 꺾은 덕분에 한국은 16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는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4일 오전 0시(한국시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대회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대 2로 패했다. 한국은 90분 동안 0-2로 뒤져 있다가 후반 추가시간 터진 손흥민의 만회골로 0패를 면했다. 1차전에서 스웨덴에 0대 1로 졌던 한국은 2연패를 기록했다. 한국이 월드컵 조별리그 1, 2전에서 모두 패한 것은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 27일 오후 11시 카잔에서 독일과 최종전을 벌인다.

독일은 이날 스웨덴과의 2차전에서 2대 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 멕시코전에서 0대 1로 패했던 독일과 1차전 한국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던 스웨덴은 1승 1패(승점 3)에 골득실, 다득점도 같았지만 승자승에서 앞선 독일이 2위, 스웨덴이 3위가 됐다. F조 4위 한국(2패)은 27일 오후 11시에 열리는 독일과의 최종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같은 시간에 열리는 멕시코-스웨덴 경기에서 멕시코가 이기면 한국, 독일, 스웨덴은 나란히 1승 2패가 돼 골 득실을 따져 16강 진출 팀을 가리게 된다. 2연승을 질주한 멕시코는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멕시코는 이날 7회 연속 16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빈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90분 동안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에 나섰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승전보를 전하지 못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4만2600여 명에 달하는 관중은 뜨거운 함성으로 열기를 달궜다. 특히 8600여 명에 달하는 멕시코 팬들의 응원은 광적이었다. 900여 명의 붉은악마는 태극기를 흔들며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실어 줬다.

신 감독은 가장 자주 구사했던 4-4-2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손흥민과 이재성이 최전방 투톱 공격수로 출격했다. 미드필드진은 왼쪽부터 황희찬, 기성용, 주세종, 문선민으로 구성됐다. 포백 수비라인엔 왼쪽부터 김민우, 김영권, 장현수, 이용이 진을 쳤다. 골문은 이번에도 조현우가 지켰다. 스웨덴전에 나서지 않았던 문선민과 주세종은 깜짝 선발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양 팀은 경기 초반 팽팽한 허리 싸움을 벌였다. 어느 팀도 상대의 수비를 쉽게 뚫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멕시코가 경기 주도권을 잡았지만 한국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국은 잔뜩 웅크린 채 역습을 노렸다. 전반 13분 황희찬이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을 돌파해 문전으로 낮은 크로스를 날렸다. 하지만 몸을 날린 상대 수비에 막혀 슈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수세에 몰려 있던 한국은 전반 22분 좋은 기회를 잡았다. 손흥민이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 2명을 앞에 두고 두 차례 슈팅을 날린 것이다. 모두 육탄 방어에 막혔다. 이어진 오른쪽 코너킥에서 기성용이 헤딩슛을 날렸지만 공은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한국은 후반 26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허용했다. 장현수는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슬라이딩 태클로 안드레스 과르다도의 크로스를 막으려다 핸드볼 파울을 범한 것이다. 키커로 나선 카를로스 벨라는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한국의 공격 전술은 손흥민을 활용한 역습이 주를 이뤘다. 손흥민은 스웨덴저보다는 더 활발하게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전방에서 혼자 힘으로 멕시코의 문을 열기는 역부족이었다. 0-1로 한국이 뒤진 채 시작된 후반. 한국은 만회골을 뽑아내기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마음이 앞섰다. 그러자 패스가 흔들렸다. 한국은 부정확한 패스로 제대로 된 공격 기회를 만들 수 없었다.

수세에 몰린 한국은 후반 중반 과르다도와 이르빙 로사노 등에게 위협적인 슈팅을 허용했다. 골키퍼와 수비수의 선방이 없었더라면 골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신 감독은 후반 19분 주세종을 빼고 발이 빠른 이승우를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한국은 경기 흐름을 바꾸지 못했고, 후반 21분 역습을 허용해 추가골을 내줬다.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로사노의 도움을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경기는 여전히 잘 풀리지 않았다. 답답해진 이승우는 뭔가 보여 주려고 욕심을 부리다 후반 27분 거친 수비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신 감독은 후반 막판 정우영과 홍철을 잇따라 투입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그림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한 골을 만회했지만 경기를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