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전 총리가 23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조의를 표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수신인으로 하는 메시지에서 “일본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충심으로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고인에 대해 “한·일 국교정상화 협상을 직접 담당해 오늘날의 한·일관계 기초를 구축했고, 이후의 관계 발전에도 큰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총리와 오랜 친분이 있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도 “오랜 친구를 잃어버려 진심으로 슬프다”며 “그는 한·일 양국의 우호와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김종필 증언록’ 일본어판 출간 기념식에도 참석해 “2차 대전 후 한국과 한·일의 역사는 김 전 총리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김 전 총리는 나카소네 전 총리뿐 아니라 다케시타 노보루,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 오자와 이치로 자유당 대표 등 많은 일본 정계 거물들과 친분을 맺었다.
대표적인 ‘지일(知日)파’ 정치가의 부음에 일본 정계의 애도가 이어졌다. 연립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김 전 총리는 일본에 대한 이해가 있는 분으로 한·일관계를 연결해왔다”며 “양국이 고인의 노고를 이어받아 국제사회에 공헌해가자”고 말했다.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회장은 “한·일관계가 곤란한 과제에 직면했을 때 김 전 총리가 땀 흘리며 나섰다”며 “고인의 정열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와무라 다케오 전 관방장관은 박근혜정부 시절 김 전 총리 자택을 방문했을 때 그가 “한·일관계가 경직된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