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문제” 故김종필-文대통령 인연… ‘사실상 대척점’

입력 2018-06-23 16:13 수정 2018-06-23 16:35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그는 생전 문재인 대통령과는 사실상 대척점에 서있던 정치계 원로 인사였다.

이 둘은 달가운 인연은 아니다. 김 전 총리는 보수 측에 서있던 만큼 반대편에 서있던 문 대통령과 사실상 등을 졌었다.

김 전 총리는 2004년 국회의원 10선에 실패하면서 정계를 은퇴했지만, 충청권 표심이 그에 의해 크게 좌우되자 숱한 대권 주자들이 김 전 총리를 찾았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때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정치권에 영향력을 유지했다.

특히 2016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대권 후보였던 문 대통령에 대한 발언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는 “문재인은 이름 그대로 문제”라고 혹평했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후 이듬해 자신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이같은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김 전 총리를 “정말 많은 문제를 가슴에 품고 고뇌하고 있는 제 모습을 정확하게 본 노련하고 노회한 은퇴 정치인”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언제 때 JP인데 지금도 JP냐. 구식정치를 벗어야 한다. 난 JP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적었다.


이어 “정치는 흐르는 물과 같다. 고인 물은 흐르지 않고 썩는다. JP는 오래 전의 고인 물”이라고 응수키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올해 1월에도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개헌’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등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개헌을 한다면서 국민 설득은 잘 안한다. 개헌을 하는 것이 좋은데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는 걱정스러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북한을 빨간 사람들이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좌경화하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 처지를 생각하고 나라를 운영해야 하지 않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조언을 건넸던 적도 있다. 2015년 2월, 김 전 총리 부인상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직을 맡던 문 대통령이 빈소를 찾자 “돌이켜보면 한 일이 없다”면서 “정치인이 열매를 맺어놓으면 국민이 따먹는다. 정치인이 먹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내가 (정치는) 허업이라고 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어 “대통령 단임제, 대통령 책임제로는 큰 일을 못한다”면서 내각제 개헌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김 전 총리 빈소에는 문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왼쪽 옆으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조화도 함께 위치했다. 청와대는 이날 “한국 현대 정치사에 남긴 고인의 손때와 족적은 쉬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21일부터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이며 24일 귀국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