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북 제재 연장…‘비핵화 ’ 뜸들이는 북한에 경고?

입력 2018-06-23 10: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기존의 대북 제재를 1년 연장했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열흘만이다. 회담 이후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한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보낸 통지문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행정명령 13466호(2008년 6월 26일) 등 6건의 대북 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6건의 대북 제재 행정명령은 북한 정부와 노동당 및 주요 인사의 자산을 동결하고, 북한의 국외 노동자 송출 금지 등 돈줄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 무기 사용이 가능한 핵분열 물질의 존재와 확산의 위험, 핵·미사일 프로그램 추구를 포함해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하고 역내 미군과 동맹국 및 교역 상대국을 위태롭게 하며 도발적이고 불안정하고 억압적인 북한의 조치와 정책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 경제에 계속해서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제재 연장의 이유를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 국가비상조치법(NEA)의 일몰 규정에 따라 매년 6월 말 해오던 의회 통보 및 관보 게재 절차를 다시 밟은 행정적 차원이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여전히 북핵을 큰 위협으로 간주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시에 훈훈한 회담이 개최된 지 불과 10일 만에 북한에 대한 엄한 어조를 보인 점 등에서 주목할 만하다”면서 “미국 안보에 대한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이라는 문구가 역사적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끝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비핵화 후속조치에 뜸을 들이면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최근 세 번째 방중을 계기로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이 이는 등 북·중간 밀착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 차례 취소시켰다가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계속 후속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다시 대북 강경 모드로 돌아설 수 있음을 경고한 신호로 풀이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