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기존의 대북 제재를 1년 연장했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열흘만이다. 회담 이후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한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보낸 통지문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행정명령 13466호(2008년 6월 26일) 등 6건의 대북 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6건의 대북 제재 행정명령은 북한 정부와 노동당 및 주요 인사의 자산을 동결하고, 북한의 국외 노동자 송출 금지 등 돈줄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 무기 사용이 가능한 핵분열 물질의 존재와 확산의 위험, 핵·미사일 프로그램 추구를 포함해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하고 역내 미군과 동맹국 및 교역 상대국을 위태롭게 하며 도발적이고 불안정하고 억압적인 북한의 조치와 정책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 경제에 계속해서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제재 연장의 이유를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 국가비상조치법(NEA)의 일몰 규정에 따라 매년 6월 말 해오던 의회 통보 및 관보 게재 절차를 다시 밟은 행정적 차원이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여전히 북핵을 큰 위협으로 간주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시에 훈훈한 회담이 개최된 지 불과 10일 만에 북한에 대한 엄한 어조를 보인 점 등에서 주목할 만하다”면서 “미국 안보에 대한 ‘비상하고 특별한 위협’이라는 문구가 역사적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끝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비핵화 후속조치에 뜸을 들이면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최근 세 번째 방중을 계기로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이 이는 등 북·중간 밀착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 차례 취소시켰다가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계속 후속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다시 대북 강경 모드로 돌아설 수 있음을 경고한 신호로 풀이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