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성들은 지금 스스로 근본적 욕망 찾는 중”

입력 2018-06-23 09:30

페미니스트 철학자 윤김지영(사진)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지금의 ‘탈(脫)코르셋’ 운동을 ‘여성들 스스로가 근본적으로 욕망하는 바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또 칭찬이라 여겨져 왔던 ‘아름답다’는 말마저도 결국 남성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김 교수는 2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외모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는 결국 여성들이 자신의 화장한 외모를 사랑하게끔 했고, 화장을 지우면 자기혐오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화장을 하면 자존감을 느끼고 안 하면 열등감을 느끼거나 가까운 곳에도 나가지 못했던 것이 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들은 외모뿐만 아니라 가치관과 일상생활에서도 보이지 않는 코르셋을 입어야 했다. ‘여자는 착해야 한다’ ‘여자는 남자의 기를 죽이면 안 된다’와 같은 말은 여성을 규정해왔던 대표적인 코르셋이다. 윤김 교수는 “지금의 10대, 20대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통해 꾸밈노동과 여성성을 규정하는 코르셋이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바가 아니란 걸 알게 됐다”며 “(탈코르셋 운동은) 남성들이 강요해왔던 화장을 하고 날씬하고 얌전했던 몸이 아닌 도전적이고 저항적인 몸을 일상에서 발견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윤김 교수는 남성중심적 가치관이 ‘교묘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여성들의 삶 속에 깊게 스며들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남성중심적 가치관은 직접적 고통을 가하기보다 여성들이 남성중심적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게 행복하다고 느끼게끔 했다”며 “돈을 아껴 더 많은 화장품을 살 때, 화장을 하고 자기만족감이나 쾌락을 느낄 때와 같이 여성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처럼 만족의 형태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탈코르셋을 외치는 여성들이 어디까지가 코르셋인지 느끼는 혼란도 이 때문이다. 윤김 교수는 “내가 좋아서 한 화장을 비롯해 나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 남성중심적 가치관에서 비롯됐다는 걸 깨닫는 건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탈코르셋 못 하겠다’ ‘내가 좋아서 화장하는 건데 왜 그러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거부감을 갖는 일부 여성들은 화장품을 버리거나 숏컷을 한 다른 여성들을 보면서 ‘강요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 사회의 모든 여성들이 젊고 날씬한 여성의 모습을 강요받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김 교수는 혼란을 겪는 여성들에게 탈코르셋의 단계를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하이힐이 아닌 단화를 신어보고, 메이크업에 걸리는 시간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여보는 것처럼 자신에게 맞는 속도에 맞춰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