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 동안 현 축구계의 3대 천왕으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네이마르, 리오넬 메시를 모두 상대한 선수가 있다. 바로 크로아티아의 수비수 데얀 로브렌이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핵심 선수로 대개 루카 모드리치와 이반 라키티치를 꼽겠지만, 최근 상승세엔 로브렌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로브렌은 지난달 27일 소속팀 리버풀의 유니폼을 입고 치룬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정전을 시작으로 3일 브라질과의 평가전, 22일 아르헨티나의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에서 각각 호날두와 네이마르, 메시를 상대했다.
종종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리버풀 수비 뒷공간 약점의 원흉으로 꼽히던 로브렌이었지만 그를 상대로 득점을 기록한 것은 네이마르 뿐이다.
로브렌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을 상대했기에 어떻게 그를 막는지 알고 있다”며 “힘든 도전이겠지만 준비돼있다”고 호날두를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처럼 비록 팀은 패배했지만 챔피언스리그 12경기 15골을 몰아친 호날두를 꽁꽁 묶어냈다.
네이마르의 부상 이후 약 4달 만에 복귀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평가전에선 아쉽게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당시 네이마르는 빠르게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침투한 뒤 골지역 왼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로브렌의 환상적인 활약은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D조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나왔다. 이날 경기에 선발 출장한 로브렌은 ‘축구의 신’ 메시를 상대로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며 팀의 3대0 승리를 견인했다. 로브렌은 이 경기에서 6번의 공중볼 경합을 시도해 5번을 성공했고, 이중 하나는 이반 라키티치에게로 이어져 득점으로 연결됐다.
또한 필드에서 가장 많은 걷어내기 횟수(6회)를 기록했으며, 볼 차단 역시 2회를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시는 이날 로브렌을 필두로한 크로아티아의 단단한 수비에 발이 묶이며 단 한번의 유효슈팅을 날리는데 그쳤다.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꺾자 로브렌의 자신감은 더해졌다. 그는 아르헨티나에게 승리를 거둔 후 “우리는 1998년 팀보다 더 잘할 수 있다. 그 때보다 더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주역들과 자신들을 비교하며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한때는 리버풀의 방출 대상 1순위로 꼽혔던 로브렌이 환상적인 활약을 이어가며 당당하게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의 선전을 이끌고 있다. 이미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3대0으로 누르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크로아티아다. 로브렌이 지키는 크로아티아의 상승세가 이번 월드컵에서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